정부-의료계 파국은 면했지만..총선 前 대타협 가능할까
2024.03.26 07:00
수정 : 2024.03.26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연간 2000명 규모의 의대정원 증원 안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던 와중,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중재로 정부가 '유연한 대응' 기조에 나서면서 '의정 갈등'은 일시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정부와 의료계 간 협의가 밀실 속 정치적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간 2000명 증원 안에 대해 의료계가 철회를 요구하는 등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상존해 있는 모습이다. 이에 여야 일각에서는 '10년간 1004명 증원' 등 단계적 증원 안이나 '의대 증원 대타협 기구' 등을 제안하고 있으며, 의사협회 회장 선거 종료까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파국은 면했지만..난관 수두룩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행정처분 시한이 다가오자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는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단과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에 따른 조치로, 윤 대통령은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정 갈등 봉합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정원을 2000명 증원하는 것에 대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상황이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먼저 정부와 여당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안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현 의료상황을 그대로 유지해도 2035년에는 (의사 수가) 1만 명 정도가 부족하다"며 "부족을 메우려면 연간 2000명 배출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여당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실 관계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부 의원들은 개인적인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저희(여당)의 입장은 정부 입장과 동일하다"고 전했다.
반면 이날 전의교협은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및 배정' 철회 없이는 현 사태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먼저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숫자가 조정될 경우 증원 자체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여지를 뒀다.
의사출신 안철수 후보, "협의체서 역할 할 것"
이에 여야 일각에서는 갈등 격화를 막기 위해 '절충안'을 제시하는 상황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000명 증원을 배치하면서 비수도권 82%, 경인 18%를 배치하고, 서울엔 신규 증원을 1명도 배정하지 않았다"며 "'10년간 1004명 (증원)안' 등 단계적 증원 방안을 책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 의원은 "정부에서 협의체를 만들어 필요로 할 경우 협상에서 (일정 부분)역할을 하겠다"고도 덧붙였다.
오영환 새로운미래 총괄선대위원장 또한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의료대타협위원회’ 구성 촉구 긴급 정당연설회에서 "정부에도 다시 한번 간절한 마음으로 촉구한다"며 "정원 확대 규모에서는 타협이 없다 이렇게 단언하고 선 긋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이날 기자에게 "2000명이라는 숫자를 고집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숫자에 도달할 수 있을지, 밀실에서의 정치적 합의 내지는 야합 등으로 변질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며 "정부와 의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국회, 외부 전문가들도 논의에 참여하고 논의 과정 또한 회의록 내지 녹취록을 공개하는 등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신율 교수 "의협선거 이후 대화 흐름 탈수도"
이에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통합 공동선대위원장은 의대증원 관련 대타협기구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국민건강위원회(가칭)'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 측 관계자는 기자에게 "정부가 계속 의사단체와 '몇 명' 등의 식으로 협상하듯이 되는 것이 문제"라며 "국민 대표와 정부, 여야, 의사단체, 전공의 등미래 의료 인력을 모두 포함한 논의 기구가 필요하며 지금이 대타협의 골든타임"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하는 숙제라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일단 대한의사협회 선거가 끝나야 된다고 본다"며 "지금 후보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일종의 '선명성 경쟁'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선거 때라 절대 안 물러나지만 선거 이후 당선자가 확정될 경우 현실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예측했다. 26일 의협의 새 회장이 결정된 이후 의료계가 정부와 다소 온건한 대화 흐름을 가져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