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정보공유가 담합?" 공정위 자료제출 2주 늦춘 은행들 '꼼꼼한 소명' 나선다

      2024.03.26 05:00   수정 : 2024.03.2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관련 정보 공유를 '담합'이라고 본 공정거래위원회에 '꼼꼼한 소명'에 나선다.

당초 26일로 예정됐던 소명자료 제출 기한을 오는 4월 9일까지 2주 연기했다. 담합이 인정되면 최대 1000억원의 과징금이 예상되는 만큼 공정위의 조사 내용에 구체적인 소명 자료를 제출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오는 4월 9일까지 LTV 담합과 관련한 소명 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한 차례 연장됐던 소명 자료 제출 기한을 2주 추가로 연장한 것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이 기한 내 제출하기 어렵다며 연장 신청을 했고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 상황이어서 같이 연장 신청을 했다"라며 "공정위 조사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은행도 최대한 성실하게 답변을 준비하려다 보니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관련 자료가 방대하고 경제 분석 등 추가 소명을 위한 물리적인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이같이 꼼꼼한 대응에 나선 것은 공정위가 LTV 정보 공유를 담합이라고 최종 판단할 경우 최대 1000억원대 과징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공정위는 4대 은행에 아파트·공장 등 부동산 LTV에 대해 정보 교환 담합이 있었다는 의견을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은행들은 아파트 등 부동산과 250개 시·군·구별로 LTV를 다르게 설정하는데 이 내용을 4대 은행들이 서로 공유해서 보수적으로 LTV를 산정했다는 것이다.

은행들이 LTV를 보수적으로 산정하는 것은 담보가치를 낮게 평가한 것으로, 차주들이 담보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공정위에서는 4대 은행의 이같은 정보교환이 소비자들의 대출한도를 줄이는 불이익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담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은행들은 이에 대해 소비자 대출한도를 줄이는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 정확한 LTV 산정을 통한 리스크 관리라는 취지의 소명 자료를 준비 중이다. 또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담합한다고 해서 좋을 것이 없다"면서 "우량담보의 경우 오히려 LTV를 높게 잡아서 여신을 더 많이 취급하는 게 은행 입장에서는 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이지, 실질적으로 은행들이 담합해서 각 은행에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새로 생긴 아파트, 건물의 경우 경공매 낙찰가율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부족한 데이터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공유했다는 논리도 세우고 있다. 지나치게 담보를 높이 잡을 경우 나중에 대출이 부실화됐을 때 은행이 손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보수적인 LTV 산정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게 곧바로 LTV 산정과 대출한도 축소로 직결되지도 않아 담합 행위가 아니라는 게 은행권의 시각이다.

은행들이 설득력 있는 소명 자료에 공들인 건 과징금 문제도 있다.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으로 최대 2조원 규모 자율배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정위 담합으로 인한 과징금까지 겹치면 은행에는 큰 실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은행들은 H지수 ELS 자율배상과는 별개로 금융당국의 인적·기관 제재와 과태료·과징금 처분도 앞두고 있다.

은행권이 공정위에 소명 자료를 제출하면 공정위는 소명 내용이 타당한지 살펴보게 된다. 이후 공정위의 전원회의 심의 등을 통해 최종적으로 담합인지 결론을 낸다.
이런 절차가 서둘러 진행된다면 2~3개월 내, 길게는 1~2년이 걸릴 전망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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