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사우디서 사업 확장… 도요타와 주도권 경쟁

      2024.03.25 18:32   수정 : 2024.03.25 18:32기사원문
현대차·기아가 도요타 '텃밭'이자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전방위 사업 확장에 나섰다. 단순히 차만 파는 것이 아닌,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생태계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2030년까지 중동시장 55만대 판매 고지에 오르겠다는 구상이다. 중동 시장 강호인 도요타와의 주도권 싸움도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빈 살만표' 국책사업 잇단 참여

현대차그룹은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홍해 및 서부 해안 지역 개발 주체인 홍해 글로벌(RSG)과 미래 모빌리티 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홍해 연안 개발 사업은 사우디 실권자 겸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의 '사우디 비전 2030'에 따른 '기가 프로젝트' 중 하나다.
기가프로젝트는 네옴시티(미래형 신도시)를 비롯해 홍해 및 서부 해안 개발(고급 리조트), 키디야(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로신(주택개발), 디리야(유적지 개발) 등에서 전개되는 '빈 살만표 국책 사업'이다. MOU 상대방인 사우디 홍해 글로벌 측은 호화 리조트, 자연친화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 곳에서 전기차 및 수소전기차를 실증하고, 홍해 개발 단지 전체에 미래항공교통(AAM),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 추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미래 교통 수단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전략으로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올 상반기 중으로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에 연간 5만대 생산이 가능한 자동차조립(CKD)공장을 착공(2026년 완공)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 공장이 향후 중동의 전기차 생산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직접 현지에 날아가 계약건을 총지휘했던 사업이다. 현대차는 사우디에서 수소버스 공급 사업도 추진 중이다.

■'맹주' 도요타와 중동 車 패권 경쟁

사우디는 연간 55만대 수준의 중동 최대 자동차 판매 시장이다. 시장조사기관 피치 솔루션은 사우디 자동차 시장이 오는 2032년에는 75만대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사우디 시장 1위는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도요타다. 2위는 현대차다. 현대차, 기아 양사 합산 점유율은 20%가 조금 넘는다. 현대차·기아는 2030년을 전후로, 사우디를 포함해 300만대 시장으로 성장할 중동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2030년까지 중동 전체 시장에서 총 55만대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우디를 거점으로 점유율이 10% 미만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 판매를 끌어올려, 중동 평균 점유율 20% 수준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런 점에서 사우디 자동차 공장 설립,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실증사업은 시장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잠재적 카드다. 전기차 판매가 궤도에 오르면 도요타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엿보인다. 사우디 정부는 수도 리야드의 전기차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내걸고 있다.

도요타는 과거 2017년 사우디 측과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을 논의한 바 있으나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
사우디 정부의 자동차 기업 유치 정책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자동차 공장이 없는 점을 약점으로 여긴 사우디 정부는 지난 2022년 대만 폭스콘과 씨어(CEER)라는 전기차 생산 합작법인(연산 18만대)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르노그룹의 내연차 사업에도 자본참여를 단행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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