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출산지원은 지출 아닌 투자입니다"
2024.03.25 18:33
수정 : 2024.03.25 18:33기사원문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사진)은 25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출산친화정책은 기업경영에 가장 핵심적인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위원은 인구분야 국내 대표 민간 싱크탱크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에서 저출산, 인구감소, 지방소멸 등 인구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과 정부의 시너지가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유 위원은 "저출산 현상이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고, 기업은 이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현장"이라며 "정부가 아무리 다양한 저출산 대응정책을 도입하더라도 현장에서 실행되지 않으면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대응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이 적극적으로 인구위기 대응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육아휴직 제도 확산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유 위원은 "우리나라 육아휴직 사용자 수는 2021년 기준 출생아 100명당 30명 수준으로 OECD 평균인 74명에 크게 못 미친다"며 "육아휴직 자동화 또는 육아휴직기간 경력 인정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육아휴직기간에 발생하는 소득감소 폭을 완화할 수 있는 수준의 육아휴직 급여대체율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에 법적인 강제성만 부여하고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출산연령대의 여성과 청년층 고용을 꺼리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재원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제도가 촘촘하게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호소하는 부분이 대체인력 확보인데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육아휴직기간만을 위해 신규 인력을 뽑아서 경영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대체인력 운영 및 비용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기 대책이 아닌 장기적 관점으로 사회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은 "여전히 저출산 문제의 책임과 해결 주체를 개인으로 보는 시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다"며 "출산은 임신이 종료되는 시점에 발생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출산한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상당기간 양육과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 장기적인 과정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유 위원은 "새로운 정책의 도입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라며 "아이를 낳으면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와 사회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 출산율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