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K팝 시상식 반대"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성명서

      2024.03.26 09:09   수정 : 2024.03.26 15:35기사원문

하이브, JYP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카카오엔터테인먼트, FNC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음반제작사와 배급사 등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무분별하게 개최되는 K팝 시상식을 반대한다"는 성명서를 26일 발표했다. 음콘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다.

26일 음콘협은 "K팝이 전 세계적 문화현상으로 자리매김한 현 상황에서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상식 문화가 자리 잡기를 바라며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우후죽순 생겨나는 K팝 시상식 개최에 우려를 표하며, 세계로 나가는 K팝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상식 문화가 자리 잡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부연했다.

음콘협 조사에 따르면 현재 열리고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은 한 해 20여개에 이르며, 최근 5년간 새롭게 생겨난 시상식도 5개가 넘는다.
그리고 올해에도 3~4개가 신설될 예정이다.

음콘협은 "시상식 행사의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일부 K팝 시상식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이 됐고, 공정성과 객관성도 갈수록 잃어가고 있다. K팝의 성공과 팬덤에 편승하는 쇼 중심의 일회성 이벤트로 퇴색하고 있는 시상식에 우려를 표한다"고 꼬집었다.

또 "K팝이 전 세계적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한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올바른 시상식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라며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K팝 관련 시상식이 여섯 가지 큰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일부 시상식이 K팝 팬심을 악용한 수익 추구의 수단이 되어 전 세계 팬들에게 불필요한 경제적 부담과 피로감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부분의 시상식이 앱을 통한 유료 인기 투표를 활용하는데 이것이 시상식의 주요 수익모델이 되면서 시상식과 팬 사이의 긍정적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팬들간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전략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K팝 시상식이 해외에서 잇따라 개최되고 있는 것도 궤를 같이한다며 "현지 물가에 맞지 않는 (고가의) 티켓 가격을 책정해 K팝 산업 자체가 해외 팬들의 원성을 듣게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둘째 아티스트의 건강"을 언급했다. "인기 아티스트는 1~2년 이후까지 스케줄이 빽빽하게 예정돼 있을 정도로 많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중간에 수많은 국내 시상식에서 공연 무대를 꾸미려면 노래 구성과 안무 연습 등을 포함한 무리한 일정 소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들이 다수 포함된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 용역제공 시간(주 35~40시간)을 초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섭외 경쟁에 출연 강요...시상식 질적 저하

"셋째, 극심한 섭외 경쟁으로 아티스트와 매니지먼트사는 출연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축하 공연을 강요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넷째, 불투명한 선정 기준으로 많은 시상식들이 공정성과 권위를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일부 시상식은 시상 기준이나 수상자 선정 과정을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며 "소모적인 팬 투표나 시상식 출연 여부에 따라 수상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다섯째, 시상식의 질적 저하로 인해 K팝 산업의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근 일부 시상식의 무대 및 관객석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발생해 논란이 됐다"며 "낮은 품질의 연출과 음향으로 관객들에게 실망감을 안긴 일이 반복되고, 아티스트가 추락사고를 겪는 일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매니지먼트사의 사업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원래 시상식은 그 취지에 맞게 출연료가 없거나 최소 비용으로 집행되지만, 스태프, 댄서, 무대연출 등의 출장 비용은 물론이고 비자 발급, 의상 및 장비 운송 등 해외 출장을 위한 제반 비용까지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문제가 발생하면 무리한 스케줄을 감행토록 한 매니지먼트사에 책임이 전가된다"며 "시상식 출연으로 인해 아티스트 해외투어, 행사 출연에 제한이 생겨 막대한 기회손실도 발생한다"고 부연했다.

음콘협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해결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첫째, 협회가 운영하던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개최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써클차트 뮤직어워즈(전 가온차트 뮤직어워즈)도 이러한 지적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한다"며 "이에 음악 시상식의 본질과 발전 방향에 대해 깊이 있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의미에서 행사를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둘째, 음악 시상식 관련 출연계약서 및 가이드라인을 연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상반기 내에 K팝 아티스트를 보호하고 비즈니스 간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시상식 출연계약서를 업계 스스로 만들고자 한다"며 "이는 민간 자율의 자정 노력이 담긴 계약서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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