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빠진 청소년 1년 새 130% 급증...중학생, 불법 도박 사이트 총판까지

      2024.03.26 15:48   수정 : 2024.03.26 15:4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10대 청소년인 A군은 지난해 3월 누군가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이유는 A군이 빌린 돈을 갚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단순 학교폭력으로 보고 조사했지만 수사 결과 도박이 원인인 것을 밝혀냈다.

A군은 '바카라 게임' 등 온라인 도박에 20일간 600만원을 탕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 사이 불법 도박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의 경우 청소년 도박 사범의 숫자가 전년대비 두배 이상 급증했다. 청소년 도박은 학교폭력·갈취 등 심각한 2차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 도박 사범 131% 급증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소년 171명이 도박 범죄로 검거됐다. 전년(74명) 대비 131%, 지난 2021년(63명) 대비 171.4% 급증했다.

청소년들 사이에 불법 도박이 확산된 이유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관계가 깊다. SNS 내 불법 도박 관련 광고가 많아지면서 청소년들이 쉽게 불법 도박에 노출될 것이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SNS와 메신저 등을 통해 전파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지난해 실시한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를 보면 청소년이 도박에 유인된 경로는 '친구·지인을 통해서'가 67.6%로 가장 많았고 '온라인상 도박 광고를 통해서'가 18.9%, '금전적 욕심이나 호기심'이 13.5% 등이었다.

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은 잃은 비용을 만회하기 위해 더 깊이 빠지거나 범죄에 가담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5년여간 5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조직 35명을 검거하고 총책인 40대 남성 A씨 등 10명을 구속했다. 검거된 일당 가운데 12명이 청소년이었다. 일당은 성인에 비해 적은 돈으로 고용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10대 청소년을 총판에 가담시켰다. 총판에 가담한 청소년은 다른 청소년을 도박에 끌어들여 수수료를 받았다. 회원이 됐던 청소년은 또다시 그 하부 총판이 돼 다른 친구 또는 청소년을 가입시키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도박 사이트 막는데 3주, 개설은 하루 걸려
청소년과 도박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차단이나 SNS상 불법 도박 광고 삭제 등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개설은 손쉬운데 비해 차단에는 많은 시간이 걸려 주무기관이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심의위원회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차단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3주 이상이 소요되지만 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은 하루면 충분하다.

전국 시도경찰서는 청소년 대상 도박 근절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서울경찰청의 경우 오는 9월까지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날 경기북부경찰청을 방문해 "청소년을 중심으로 또래 집단 내부의 사이버도박 확산세가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물론 이를 광고한 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윤 청장은 5000억원대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의 주범을 검거한 경기북부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이윤호 경위의 특진을 임용하기 위해 경기북부경찰청을 방문했다. 이 경위는 촉법소년 면담 과정에서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탐문 수사 거쳐 도박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돈을 받고 해당 사이트를 광고한 청소년 피의자 3명을 검거했다.
이어 계좌 및 통신 수사를 통해 이들 청소년을 고용한 연결책은 물론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 주요 피의자를 추적 및 검거하는 데 역할을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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