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탄약 받은 러시아, 석유로 갚아...유조선 최소 5척 동원

      2024.03.26 16:31   수정 : 2024.03.26 16:3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산 탄약을 공급받기로 약속한 러시아가 북한에 직접 석유를 공급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동안 대북제재 때문에 비싼 값으로 석유를 조달했던 북한은 러시아산 석유 덕분에 남는 자원을 무력 도발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영국 싱크탱크 로열유나이티드서비스연구소(RUSI)를 인용해 이달 들어 최소 5척의 북한 유조선이 러시아 항구에서 석유 관련 제품을 받아 귀국했다고 전했다.

RUSI는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지난 7일 북한 선적의 ‘백양산 1호’가 러시아 연해주 보스토니치 항구의 러시아 석유기업 터미널에 정박했다며 해당 선박이 이후 13일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 나타났다고 전했다. RUSI는 백양산 1호와 '안산 1호' 등 북한 유조선들이 보스토치니 항구에서 석유 관련 제품을 싣고 이를 북한에 하역했다고 분석했다.


백양산 1호는 1995년 건조된 유조선으로 그동안 선적 미상의 ‘블루오션’호였으나 지난해 12월 국제해사기구(IMO)의 국제통합해운정보시스템(GISIS)에 북한 선박으로 등록되었다. 해당 선박은 중량톤수 2998t인 노후 선박이며 유엔은 이미 지난 2018년에 문제의 선박이 북한의 석유 밀수에 연루되었다고 파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게 막았다. 만약 타국이 북한에 백양산 1호를 팔았다면 해당 거래 자체가 불법인 셈이다.

FT는 러시아가 북한에 바다로 석유를 직접 공급한 것이 2017년 유엔 안보리 제재 이후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정제유 수입 한도를 연간 50만배럴로 제한했다. 동시에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국가들에게 매월 30일까지 전달의 대북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북한에 석유를 보내는 국가는 주로 중국이었으며 러시아는 유엔에 2020년 8월 이후 북한에 석유를 공급하지 않았다고 보고했으나 2022년 말부터 석유 공급을 재개했다. 미국은 비슷한 시기에 탄약이 부족한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암암리에 탄약을 사들인다고 주장했다. 2022년부터 우크라이나를 침공중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회동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북한에 위성 기술 및 석유를 제공하는 대신 탄약을 받기로 했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올해 러시아에서 받아간 석유 규모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5척 모두 보스토니치 항구를 오가면서 국제법상 해상에서 반드시 켜야 하는 선박 위치 발신 장치(트랜스폰더)를 끄고 운항했다. RUSI는 문제의 선박들이 이달 옮긴 양이 12만5000배럴이라고 추정했다. RUSI의 조셉 번 조사 연구원은 “러시아 석유 터미널에서 포착한 선박들은 북한이 가진 손에 꼽는 대형 선박들이며 끊임없이 보스토니치 항구를 드나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선박들은 유엔이 지정한 해외 항구 출입 금지 선박들이다”라고 강조했다.

과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서 전문가 패널 조정관을 지냈던 휴 그리피스는 FT를 통해 “우리는 제재를 위반하여 석유와 무기를 공공연하게 교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러시아가 갈수록 불법 국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달 발표에서 지난해 8월~올해 2월 사이 북한과 러시아 사이에 최소 25차례의 무기 거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고명현 연구위원은 FT를 통해 “북한은 지난 7년에 걸쳐 필요한 석유 제품을 구하기 위해 복잡하고 비싼 범죄 중개 네트워크와 해상 환적을 거치면서 막대한 웃돈을 지불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러시아로부터 대규모 할인 혹은 탄약 물물교환으로 안정적인 석유 확보가 가능해졌다”며 “북한군 및 핵 프로그램에 투입할 자원에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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