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거품, 언젠가는 꺼진다

      2024.03.26 18:26   수정 : 2024.03.26 18:26기사원문
"회사 분석보다는 받냐 못 받냐의 싸움이 돼버렸어요."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투자자문사 대표가 최근의 기관 수요예측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신규 상장 기업의 매출 성장성보다는, 많은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얼마만큼의 높은 가격을 써내야 할지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요 화두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 상장한 20개 상장사의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최상단보다 모두 높은 가격에 형성됐다.

한 주라도 물량을 더 받으려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쟁이 격화됐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케이엔에스와 DS단석이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 확대 이후 '따따블'(공모가의 400%로 상승)을 달성하면서 연초부터 기업공개(IPO) 시장에 기대 자금이 급격히 몰렸다.


다만 이러한 기대감이 광풍을 넘어 최근엔 공모가 버블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물량을 받으려는 욕심에 가격을 높여 쓰다 불문율까지 깨버렸다. 지난달 상장한 오상헬스케어는 밴드 최상단(1만5000원)보다도 33.3% 높은 2만원에 최종 공모가가 결정됐다. 그간 밴드 상단 30%를 넘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업계에선 '(밴드 대비) 2배 높은 가격에 확정 공모가도 나오겠다'는 비판까지 나왔지만 막상 공모가는 점점 과열되는 모습이다. 이날 상장한 엔젤로보틱스에 대해서도 밴드 상단(1만5000원)보다 33.3% 높은 2만원에 가격을 써낸 기관투자자는 76.2%에 달했다. 이젠 '밴드 30% 초과'가 일반화됐다.

공모가 버블에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나오고 있다. 다만 수익을 내는 것이 업(業)인 이들이기에 마냥 낮은 가격을 써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지난 6월 수요예측 제도 개선 이후 기관 간 '눈치게임'이 심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수요예측 첫날에 높은 가격에 주문하면 가점을 주는 초일가점 제도 때문이다. 특히 중소 기관일수록 주금납부능력이 큰 기관 대비 물량 배정을 받지 못할까봐 일단 첫날에 '지르는'식으로 높은 가격을 써내기 부지기수다.

뻥튀기 된 공모가로 시장에 입성한 주식을 받아내는 것은 결국 개인투자자다.
높은 가격을 써내 배정받은 물량 대부분을 상장 첫날에 팔아치우는 기관과 달리 개인들은 '더 갈 수 있다'는 기대를 안고 시한폭탄을 받아내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과열 우려로 신규 상장주의 첫날 가격급등 폭이 점차 제한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공모가 버블도 언젠가 터질 것이다.

nodela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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