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권 분쟁' 재판부에 이어 국민연금까지 한미 母女 편들어

      2024.03.26 21:29   수정 : 2024.03.26 21: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재판부와 국민연금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지지하는 쪽에 손을 들어준 가운데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의 종지부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찍힐 전망이다.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을 위한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이 가능해졌고, 한미사이언스 기분을 7% 이상 보유한 국민연금까지 한미그룹 편에 서면서 통합 전반에 긍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가처분 기각+국민연금 지지' 기류 전환
26일 수원지방법원 제31민사부(부장판사 조병구)는 임종윤·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 측이 한미그룹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현재 한미그룹은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다.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현 경영진으로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주도하고 있고,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이에 반대하면서 분쟁이 촉발됐다.


앞서 형제는 한미사이언스가 OCI홀딩스에 유상증자 형태로 일부 지분을 넘기기로 한 것에 대해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수원지법에 신주발행을 막아줄 것을 제기했다.

양측은 28일 한미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회 구성을 위한 표대결에 나선다. 이사회를 장악한 측이 한미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모녀가 21.86%, 두 형제가 20.47%를 보유하고 있다. 대립하는 양측의 지분 수준이 비슷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23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형제 편에 서면서 이들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졌다. 신 회장은 개인 최대주주로 12.1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이 형제 측의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가진 국민연금도 모녀측에 서면서 오는 28일 주주총회 수 싸움에서 모녀측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재판부는 현 경영진의 경영권 또는 지배권 강화 목적이 의심되지만 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투자 회사를 장기간 검토했고 신약개발과 특허에 투여해야할 투자 상황을 볼 때 운영자금의 필요성, 재무구조 개선, 장기적 연구개발(R&D)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자본 제휴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모녀측의) 이사회 안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더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며 회사가 지지한 이사회 구성에 동의했다. 위원회는 반면 임종윤·임종훈 형제측의 주주제안으로 추천된 이사 후보들의 선임 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양측 지분차이 근소, 뚜겅을 열어봐야
신주발행 가처분 신청 기각과 국민연금의 모녀측 지지는 이번 경영권 분쟁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합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의 지분 차이는 2.43%로 근소한 수준이기 때문에 표 대결을 해봐야 하겠지만 재판부와 국민연금이 모두 모녀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소액주주들의 표심 역시 이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의 결정에 대해 한미그룹은 환영의 뜻을 밝히며 그룹이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고 밝혔다. 한미그룹은 "신약개발과의 명가인 한미그룹이 정체성을 지키면서 글로벌 빅 파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OCI그룹과의 통합 외에는 현실적 대안이 없는 상황을 재판부가 깊이 고심하고 공감해서 나온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의 지지 입장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으로부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진정성도 인정 받게돼 기쁘다"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더 받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더욱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종윤·임종훈 전 사장은 재판부 판단에 즉각 반발했다. 두 형제는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은 임시적인 조치이므로 이에 대해 즉시항고로 다투고, 본안소송을 통해서 결정의 부당성에 관해 다룰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모녀측 지지에 대해 이들은 아직 공식적 입장을 내지 않았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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