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권 분쟁, 兄弟측 승리..한미-OCI 통합 '무산'
2024.03.28 15:49
수정 : 2024.03.28 17: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형제측이 승리하면서 한미-OCI 통합이 무산됐다. 28일 경기 화성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한미그룹 경영권을 두고 이사회 구성을 위한 표 대결이 진행됐다.
이날 사내이사 선임을 위한 의결권 주주 대상 투표를 집계한 결과,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 6명은 모두 선임에 실패했다.
한미그룹은 최근 경영권 분쟁을 지속해왔다.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의 통합 계획을 발표한 후 장·차남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맞섰다.
창업주인 고(故) 임성기 회장의 아내와 딸이며 현재 경영진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한미가 향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OCI와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며 통합 이후 한미를 글로벌 '빅 파마'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 우호지분은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국민연금공단까지 더해 42.66%, 임종윤·종훈 형제 측 우호지분은 신동국 회장의 지분을 포함해 40.57%였다. 양측의 지분차는 2.09%포인트에 그쳐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은 주총 전부터 제기됐고, 결국 이들은 한미-OCI의 통합 반대를 선택했다.
모녀 측은 이사회 추천으로 임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을 포함, 6명 후보를 추천했다. 형제 측은 본인들을 포함한 5명의 이사진 후보를 추천했다. 그 결과 형제 측 후보가 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제 한미사이언스 내 이사진의 과반수가 통합에 반대하는 이사로 구성됐다.
이날 표 대결에서 사내이사 임종윤 선임의 건은 5961만4855주 중 3114만7995주가 찬성, 득표율 52.24%를 기록했고 사내이사 임종훈 선임은 득표율 51.78%를 기록했다. 반면 사내이사 임주현 선임은 47.95%, 사내이사 이우현 선임 건도 48%에 그쳐 과반 달성에 실패했다.
형제측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한미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은 무산됐다. 이날 주총 결과 발표 이후 OCI는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절차를 중단하고 재추진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통합 무산에 쐐기를 박았다.
그동안 형제측은 한미와 OCI의 통합은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닌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방편이었다고 주장해왔고 이종 간 결합 없이 자체적으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한미를 시가총액 2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소액주주들이 형제측의 손을 들어준 것도 한미와 OCI의 통합 모델보다 독자적인 성장이 한미의 성장에 더 나은 선택이라는 방증이다.
이번 주총 표 대결을 통해 형제측이 승리를 거두면서 경영을 위한 자금조달이 문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형제측은 상속세 문제 해결은 물론, 한미의 미래 성장을 위한 1조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야될 숙제가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은 애초 상속세 납부 문제에서 촉발됐다. 모녀 측은 통합 과정에서 OCI홀딩스에 구주매각을 하면 상속세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상속세 문제는 형제도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지만 이들은 "상속세 문제 해결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명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2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속세 재원 문제로 개인이 내 집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면 경영을 하면 안 된다"고 모녀측을 비판하면서 "저희는 세금에 대한 문제는 개인적으로 알아서 잘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종윤·임종훈 형제는 주총장에 참석했지만 모녀측인 송 회장과 임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이 회장만 참석했다. 이 회장은 주총이 지연되면서 중간에 자리를 떴다.
주총 과정에서도 흔치 않은 장면이 연출됐다. 당초 오전 9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주총은 출석 주주 위임장 집계가 지연되면서 시작이 한참 늦춰지면서 3시간 이상 늦어졌다. 또 임 전 사장은 송 회장을 대신해 의장을 맡은 신성재 경영관리본부 전무가 미등기 임원인 점을 문제삼으며 "사기가 아니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