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40도 극한 담금질"… 전기차 저력 탄생 ‘R&D 심장부’

      2024.03.31 18:10   수정 : 2024.03.31 18: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화성(경기)=최종근 기자】 지난 3월 27일 현대자동차·기아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현대차 남양기술연구소를 찾았다. 경기 화성에 위치한 남양기술연구소는 지난 1995년 출범한 현대차·기아의 국내 최대 자동차 연구개발(R&D) 거점으로 내연기관차뿐 아니라 아이오닉5, 아이오닉6, EV6, EV9 등 전기차까지 끊임없는 담금질이 이뤄지는 곳이다. 수소전기트럭을 비롯한 모든 상용차도 이곳에서 혹독한 시험을 거친다.

승용·상용 등 현대차·기아의 전 차종에 대한 'R&D 심장부'는 조용하지만 치열함의 현장이었다.

■‘시베리아~중동 사막까지’ 극한 실험

현대차·기아의 핵심 R&D 거점 답게 보안 절차가 까다로워 스마트폰의 모든 카메라를 가린 후에 입장이 가능했다.
이날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방문한 곳은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과 배터리 분석실, 상용시스템시험동, 상용환경풍동실 등이다. 이 가운데 시설 규모가 가장 컸던 공간은 상용환경풍동실이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상용환경풍동실은 길이 20m, 너비 10m, 높이 6.6m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로 지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상용환경시험동내 3개 시험실 중 하나인 상용환경풍동실은 내연기관차와 전기트럭, 수소전기트럭 등을 혹서·혹한 환경에서 연구하고 시험하는 곳이다. 현장에서 만난 이강웅 현대차·기아 상용연비운전성시험팀 책임연구원은 "상용환경풍동실은 영하 40도부터 영상 60도의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러시아 시베리아처럼 굉장히 추운 지역부터 중동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내부로 들어서자 현대차의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곧이어 후덥지근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날 온도는 영상 35도로 설정돼 있었다. 천장과 측면에 태양광을 모사한 장비가 설치돼 마치 한여름의 낮 시간대처럼 느껴질 정도로 눈이 부셨다. 몇 분이 지나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또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앞 부분으로 하얀 가스를 분사해 차량 주변의 공기 흐름을 확인하고, 공력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유동 가시화 시험도 한창이었다. 이 책임연구원은 "벤츠도 내연기관차용으로 있을 수 있어도 (친환경 상용차용의) 이런 장비는 없다"면서 "우리는 시스템이 다 구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연이어 찾은 곳은 차량 개발에 필요한 300여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하는 상용시스템시험동이다. 로봇시험실에 들어서자 로봇 팔이 현대차 쏠라티의 문을 일정한 강도로 열고 닫기를 반복하고, 또 한편에선 유압 액추에이터로 구동되는 로봇이 전기버스 일렉시티의 서스펜션을 연신 흔들고 있었다. 이 같은 내구성 평가는 24시간에서 길게는 몇 달 간 계속된다는 것이다.

■650마력 '괴물 전기차' 탄생 비결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과 배터리 분석실도 인상 깊었다. 전동화시험센터 내에 있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전기차 모터와 인버터의 성능을 사전 개발하고 실차 효율을 평가해 전기차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맡는다. 최고출력 650마력을 자랑하는 현대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도 이곳에서 담금질을 거쳤다.
곽호철 전동화구동시험3팀 책임연구원은 "모터 단품 시험부터 차량 양산까지 종합적인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대표적인 3가지 동력계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동력계 장비의 개수에 따라 크게 1축과 2축, 4축 동력계 실험실로 나눠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인상 깊었던 것은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액셀레이터, 브레이크, 기어 등을 조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연구실 내 로봇들은 가속과 제동을 위해 페달을 밟는 동작을 사람과 유사하게 따라 하고 변속도 가능했다.

cjk@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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