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시간만 바뀌어도 심장 철렁… 환자 안 보는 병원에 절망
2024.04.01 18:08
수정 : 2024.04.01 18:24기사원문
주요 의과대 교수들이 진료시간 단축을 발표한 첫날 교수들은 대체로 자리를 지켰다. 개원의도 대체로 진료시간 변동 없이 진료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환자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진료지연에도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불안해했다.
■"이식환자 딴 곳 갈 수도 없어"
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빅5' 병원에서 전체 교수 5100여명 중 3000여명(59%)이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낼 예정이다. 다만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했을 뿐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문제는 환자들의 불안감이었다. 지난 2월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었다.
양씨는 22년 전 서울대병원에서 신장 이식수술을 한 뒤 2개월에 한 번씩 경기 시흥시에서 올라와 정기검진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의대 교수들이 진료시간을 줄인다고 하니 기분이 안 좋고 걱정이 된다"며 "이식환자들은 이식한 병원에서 주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해서 다른 병원에 갈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병원에서 꼭 진료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혹시 모를 의료대란이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앞으로 병원의 진료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또 간암수술 일정을 잡기 위해 이날 서울대병원을 찾은 강모씨(63)는 "교수들이 부족하다고 하니 입원이나 수술이 원래 해야 하는 시간보다 늦어지지 않을까 걱정은 된다. 불안하다"며 "문제는 앞으로 의사들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의대 교수들이 외래진료를 축소한다'와 같은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안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개원의도 환자 안 보면 어디로 가나"
환자들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개원의들의 집단행동이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근무시간을 지키는 '준법진료'를 시작하겠다"고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사실상 초과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인 것.
다행히 이날 서울지역 동네 의료기관 상당수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기존에도 주 40시간 이내로 진료하는 동네 의료기관이 많아서다.
개원의협의회 임원들이 운영하는 병원 총 60여곳 가운데 15곳을 확인한 결과 한 곳만 진료시간 변동이 있다고 답했다. 변동이 있다고 답한 경기 소재 A의원도 "10분 정도 변동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원의협의회 소속인 김재연 대한산부인과회장은 "개원의협의회 측에서 나온 공문도 없고 자발적으로 그냥 축소근무하고 싶으면 하라는 취지"라며 "사실은 주 40시간 이상을 근무하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이처럼 '준법진료'의 영향이 미미하다는 설명에도 환자들은 불안감을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장기·악화의 흐름에 앞으로 무슨 일이나 사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동네 내과에서 '당뇨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한 달에 두 번 병원을 찾는다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주민 임수자씨(88)는 "병원에서 환자를 안 보면 환자는 어디를 가라는 것이냐"며 "의사들이 진료를 줄이면 지병이 있는 사람들의 병은 더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사 수가 당연히 늘어서 아픈 사람을 고쳐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