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96% "정원 감축·유지"… 인턴 임용도 거부
2024.04.02 18:25
수정 : 2024.04.02 18:25기사원문
■젊은 의사 96% "증원 반대"
2일 서울 종로구 센터포인트에서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전공의 1만2774명과 의대생 1만834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581명 중 64.1%(1014명)는 '한국 의료현실과 교육환경을 고려할 때 의대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답했다.
젊은 의사 중 96%는 의대정원을 감축하거나 현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다만 젊은 의사 중 66% 이상인 1050명은 앞으로 전공의 수련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의정갈등이 해소될 경우 전공의 중 3분의 2는 의료현장으로 돌아와 수련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들은 의료현장에 복귀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의 전면 백지화(93%·복수응답) △구체적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82.5%) △복지부 장관 및 차관 경질(73.4%) △전공의 근무시간 52시간제 등 수련환경 개선(71.8%)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답했다.
수련 의사가 없다고 답한 젊은 의사는 33.6%로 531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다시 의료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정부와 여론이 의사직종을 악마화하는 것에 환멸이 났기 때문(87.4%)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했기 때문(76.9%) △심신이 지쳐서(41.1%) 등을 꼽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류옥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담화문을 통해 2000명 증원을 고수하겠다고 했다"며 "젊은 의사 동향조사를 볼 때 현실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전공의와 학생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직 전공의들은 전국 암 환자 및 만성질환자 분류 프로젝트(NCTP)를 가동한다. NCTP는 전국의 암이나 만성질환 등 아급성환자를 분류, 위험도를 분류하고 평가하는 체계다.
류옥씨는 "사직한 개인 전공의들이 주축이 돼 휴학 의대생, 교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머리를 맞댔고 이번 주 내로 NCTP를 시작할 것"이라며 "NCTP를 통해 환자들의 불편함과 불안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가동돼 향후 의료전달체계 복원과 병원 간 전원에 활용되길 바란다"며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난 것이지 환자 곁을 떠난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인턴 합격자 90%가 미등록
한편 정부의 의대 증원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병원 인턴 임용 등록도 이날로 마지막 날을 맞이했다.
이날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올해 인턴으로 합격해 임용 예정이었던 전공의는 이날까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 임용 등록을 마쳐야 한다. 이날 등록하지 않으면 상반기 인턴 수련이 불가능하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올해 의대를 졸업할 3058명의 의대생 중 인턴 과정을 밟겠다고 한 이들은 2679명이다. 하지만 지난 1일까지 2679명 중 10%가 안 되는 인원이 인턴 임용 등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턴 합격자의 90%가 임용 등록을 하지 않은 것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중수본 브리핑에서 "집단행동을 하면서 과학적 근거와 논리 없이 주장만 반복하는 방식은 곤란하고,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의사를 전달하라"며 "집단행동을 접고, 과학적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통일되고 더 합리적인 방안을 제안한다면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