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실종된 혼탁선거에 2030 피로도 가중.."정책 승부하라"

      2024.04.04 17:14   수정 : 2024.04.04 17:1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4·10 총선이 일주일도 채 남지않은 가운데 2030 세대들의 표심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통상 2030 세대는 중도·무당층 비중이 높아 선거에서 '스윙보터(부동층)'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민생 논의는 뒷전인 채 서로 상대 흠집내기와 막말, 의혹 제기, 강성 팬덤정치 등이 횡행하는 정치권에 피로감을 느낀 2030 세대가 늘면서 자칫 투표율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지난 3월 28~29일 전국 성인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18~29세) 유권자의 25%, 30대 유권자의 23.4%가 부동층으로 집계됐다. 4명 중 1명 꼴로 어느 후보 또는 정당에 투표할 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해당 조사는 무선전화 면접 100%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9.3%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와중에 여야는 민생안정과 비전 제시를 통한 부동층 표심잡기에 나서기보다는, 갈수록 '치고받기식' 혈투에만 매몰되면서 2030세대들의 정치 피로감만 쌓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대출 의혹과 같은 당 공영운 경기 화성을 후보의 아빠찬스 논란, 김준혁 수원정 후보의 여성혐오 막말 파문, 일부 여당 후보의 성범죄 변호 의혹, 강성 지지층 팬덤 정치 등을 놓고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면서 2030 유권자의 피로도를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원생 정모(25)씨는 "(민생 대신) 정치적인 요소가 이슈로 떠오르다 보니 오히려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더 떨어진다"며 "지나치게 자극적인 인식공격성 발언은 지양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대학생 차모(23)씨도 "(생산적인 논의 대신 의혹과 막말이 난무하는) 정치권에 피로감을 많이 느낀다"며 "너무 극단적으로 가는 흐름을 없애고, 중도층이 숨 쉴 곳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직장인 권모씨(26) 역시 "누굴 뽑아도 똑같은 상황이 생기는 것 같고, 별다른 기대감 없이 최대한 끝까지 지켜보다가 투표하기 전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3월 18∼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유권자 의식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2030 세대의 적극적 투표 참여 의향이 가장 적었다. 조사 표본은 무선전화 가상번호 89.3%·유선전화 RDD 10.7%, 응답률은 16.7%다.(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오히려 2030 세대 사이에선 여야가 '민생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직장인 권모씨는 "(정치인들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나 현상에 집중해서 개선한다기보다는 어떻게든 본인들 목소리를 키워 싸움에서 이기려는 모습이 큰 것 같다"며 "진짜 우리가 원하는 부분에 귀를 기울여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직장인 권모(27)도 "개인적 명예 등 사익을 위해 선거판에 나오는 정치인이 아닌, 정치에 '진심'인 사람들만 (선거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부동층 표심이 막판 변수로 떠오른 상황에서 2030 표심을 유도하려면 여야 모두 정책공약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2030 세대가 먹고살기 힘들고 취업, 결혼, 직장에 더 많은 관심이 가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좌절감이 있는 듯하다"라며 "정책과 공약을 통해 그들의 좌절감을 희망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많이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청년 일자리 대책을 많이 발표하거나 문제를 일으킨 후보를 정리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면 득이 될 것이고, (여당의 경우) 대통령과 의료진 간 대화가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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