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운명 좌우한 한동훈 100일..'원톱' 명과암은

      2024.04.05 06:00   수정 : 2024.04.05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 100일은 곧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운명을 결정할 시간이었다.

한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여의도 입성과 동시에 원내 제1당 탈환이라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당시 정치판에서 가장 경험이 적은 '새내기'였지만 여권 총사령탑으로 추대되면서 가장 큰 책임감을 떠안은 것이다.



주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을 말린 사람은 수두룩했을 것이다. 실제 한 위원장은 지난 1월 18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참석한 의원총회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온다고 하니 주변의 많은 해설가들이 '너무 빠르다, 이미지를 그렇게 소모하면 안 된다, 너는 소모당할 것'이라고 충고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총선 선거일인) 4월 10일까지 완전히 소모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소진하겠다는 그의 의지에 국민의힘도 한 위원장을 원톱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정치 신인인 만큼 초반 말 실수에 대한 우려도 나왔지만 한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취임 수락과 동시에 내세운 '선민후사(개인의 안위보다 국민을 우선시한다) 정신'과 자신의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신인의 강점인 참신함을 살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당정일체 분위기를 깨면서 당 이미지를 환기하는 데에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 위원장은 그간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이종섭·황상무 논란, 그리고 최근 의대 증원 등 총 3차례에 걸쳐 대통령실과 다른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래 처음으로 한 위원장이 빚은 당정 갈등은 한 위원장에게 위기였지만 기회이기도 했다. 다만 문제는 줄다리기 싸움 속에 야권이 밀어붙이는 정권 심판론을 뛰어넘을 만한 이벤트를 만들지 못했다는 데 있다.

운동권 청산론도 수도권 표심을 잡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이 수치로 드러나면서 한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이 총선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공천 과정에서부터 수도권 위기론은 예고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비교적 잡음은 없었지만, 그만큼 적절한 물갈이가 이뤄지지 못했기에 외연 확장을 막았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자처한 원톱 체제에 대한 부정 평가도 감돌고 있다. 비대위 체제에서는 한 위원장에게 스피커가 집중되는 것이 효과적이었지만, 선거대책위원회 체제에서 만큼은 스피커를 나눠 중도 확장에 나섰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위원장은 자신을 총괄 선대위원장으로, 그리고 나경원·원희룡·안철수·윤재옥 후보를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앞세웠다. 그러나 네 후보 모두 본인의 선거에 집중하고 있는 데다 책임이 분산된 상황에서 역할을 발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위원장에 대한 주목도가 너무 높아 한 위원장이 자신이 소화할 수 없는 역할을 자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위원장이 최근 야당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리는 것도 결국 초조함 속에서 여의도 문법을 답습하게 된 것이 아니냐는 의미로 풀이된다.

당내에선 아직 한 위원장을 향한 직접적인 불만은 표출되고 있지 않지만 총선 결과가 지난21대 총선 수준에 그친다면 한 위원장에 대한 책임론은 불거질 조짐이다.
다만 여권에서 미래 권력으로 인식되는 만큼 여권이 자체 수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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