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입장 존중" 발언에도 전공의 "대한민국 의료 미래 없다"
2024.04.04 19:22
수정 : 2024.04.04 19:22기사원문
전공의들이 그동안 정부의 지속적인 대화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 자체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결국 정부와 전공의들 간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의정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나 2시간 20분 동안 대화했고, 윤 대통령은 전공의들의 고충에 대해 청취했다.
면담 이후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관해 의료계와 논의 시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면담이 끝난 후 SNS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렸다. 면담의 성과가 없다는 방증이다.
이번 면담 이후 양측의 온도차가 이처럼 엇갈린 것을 보면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의 대화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원하는 '의대 증원 정책의 전면 백지화' 주장은 관철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 2000명은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의 핵심 요소다. 정부는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 증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의 붕괴를 막기 위해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고 전공의들은 이 정책의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며 의료 현장을 떠난 상태다. 전공의들의 이탈은 7주차에 접어들었고 8주차를 향해 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 나서기 전부터 "지난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월 20일 대전협은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 △의사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폐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의대교수 등 사회각계에서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지만 의료개혁 방향을 두고 정부와 전공의들이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의료공백은 한동안 더 이어지게 됐고 의료대란 위기감은 더욱 커지게 됐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이 이뤄지기 전부터 대화만으로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최대 쟁점은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인데, 정부는 이 정책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고 전공의들 역시 협상의 전제를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의 백지화로 내걸었던 만큼 면담이 이뤄지더라도 공회전만 반복할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어느 한쪽이 크게 양보하지 않는 이상 타협점이 나오기 어려웠고, 어느 쪽도 양보할 의사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의대 증원 2000명 정책에 대한 전공의들의 주장은 확고하다. 이들은 의대 교수들의 2000명 증원 폭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다소 온건한 주장에 대해 일체의 관심을 보이지 않은 바 있고, 대전협 내 강경파 전공의들은 박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만남 자체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등 투쟁 의지가 굳건하다.
또 대표성의 문제도 제기됐다. 설령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타협점을 만들었다고 해도 대전협 내 전공의들이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박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면담에 앞서 향후 계획을 투표 형식으로 결정하겠다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지도부가 결정하고 단체행동에 나서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직 전공의 류옥하다씨는 이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위원장과 집행부 11인의 독단적 밀실 결정"이라며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박 위원장이 '언론 비공개'로 먼저 요청한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시점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그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며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는 백년지계 해야 할 일이다. 선거마다 정권마다 호떡 뒤집듯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