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고 전기차 시세 1년 새 32% 추락, 새 차 사기 "겁나"
2024.04.06 00:30
수정 : 2024.04.06 00: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세계 3위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중고 전기차 가격이 급락하면서 신차 구매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계자들은 업계 선두인 테슬라가 공격적으로 신차 가격을 내리는 탓에 업계 전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매체 CNBC는 4일(현지시간) 북미 자동차 평가 기관 ‘아이씨카(iSeeCars)’의 3월 8일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내 중고 전기차 가격이 1년 사이 급락했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연식의 일반 내연기관 중고차들의 평균 가격은 2월 기준 3만1153달러(약 4214만원)로 1년 사이 1161달러(약 217만원·3.6%) 하락에 그쳤다. 같은 조건의 하이브리드 중고차 가격은 2135달러(약 288만원·6.5%) 하락했다.
중고 전기차의 연간 가격 하락률은 지난해 3월 16.8%였으나 점차 증가해 같은해 9월 39.1%에 이르렀으며 그나마 최근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다. 아이씨카의 칼 브라우어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고 전기차 가격이 일부 중고차 구매자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이지만, 신차 수요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차 구입 이후 몇 년 동안 가치 하락 폭은 신차 구매에 있어 가장 큰 비용”이라며 “신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중고 전기차 시세 낙폭을 더 많이 인지할수록 새 전기차 구매에 관심이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가포르 투자교육기업 스마트인베스터의 데이비드 궈 공동 창립자는 지난 1일 CNBC에 출연해 전기차의 가치 보전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가 한번 팔리면 일반 자동차와 달리 노트북이나 휴대폰처럼 가치가 급감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폭스바겐 및 도요타 관계자들 역시 지난해 발표에서 전기차의 문제 중 하나가 가치 보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궈는 중고 전기차의 각종 소프트웨어나 전자장비 성능을 언급했다. 그는 기존 전기차 주인이 중고로 팔기 전에 자신의 전기차가 최신 업데이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새 전기차를 너무 비싸게 샀다고 인지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씨카는 업계 전반의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의 가격 정책을 지적했다. 테슬라는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빨라지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섰다. 아이씨카에 의하면 테슬라 차량의 평균 중고가는 2월 기준 3만6515달러(약 4939만원)로 1년 전 보다 1만4808달러(약 2003만원·28.9%) 감소했다. 이는 미국에서 팔리는 브랜드 가운데 가장 높은 연간 하락률이다.
브라우어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언급하고 “만약 그가 판매량 증가를 위해 지난 15개월 동안 했던 것처럼 가격을 계속 낮춘다면 전기차 시세 전체가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실적발표에서 가격 인하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선택적인 문제가 아니라 필요한 조치”라며 “우리는 사람들이 살 수 있게끔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브라우어는 전기차 시장의 과잉 공급을 지적하며 중고 전기차 시세가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해서는 “내연기관과 순수 전기차 사이에 디딤돌”이라며 “앞으로 10년 동안은 인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