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시 놓치면 안되는 것들
2024.04.06 09:00
수정 : 2024.04.06 09: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요즘 나이가 지긋하신 선배들로부터 “내 재산은 내가 다 깔끔하게 쓰고 죽을거야. 그래야 자식들이 유산을 가지고 싸우지 않을테니...”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선배들은 자녀들의 양육은 확실히 책임지고 자녀들이 자립하는데 도움은 주겠지만 유산은 남겨주고 싶지 않다고 한다. 일리 있는 말이다.
모든 상속인들이 당사자로 포함되지 않으면 각하
사실 피상속인이 사망한 경우 피상속인이 남기고 간 재산에 대하여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속인들끼리 잘 협의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고 법원에 사건으로 접수될 일도 없다.
그런데 일부 상속인이 기여분을 주장하며 더 많은 재산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거나 일부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 중 특정 재산을 꼭 가져야겠다고 고집부리는 경우, 일부 상속인이 미리 증여받은 특별수익의 존재 및 범위에 대해 상속인들끼리 다툼이 있는 경우 등에는 협의가 잘 되질 않는다.
특히 상속인들 중 혼외자, 전혼 자녀, 계부 또는 계모가 등장하는 경우 다툼은 더욱 치열해진다. 이런 경우 일부 상속인이 마음대로 피상속인의 재산을 처분할 수는 없고, 피상속인의 재산에 대해 확실한 처분권을 가지려면 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속재산분할 청구는 누구를 상대로 청구해야 할까? 쉽게 이해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아들, 딸)로 구성된 상속관계가 단촐한 4인 가족을 예로 들어보자. 가족 중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상속인들은 어머니(A), 아들(B) 그리고 딸(C)이 될 것이다.
그리고 법정상속분은 잘 알다시피 피상속인의 자녀들은 모두 같고,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자녀의 1.5배의 상속분을 가지므로 어머니는 7분의 3, 아들과 딸은 각 7분의 2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남긴 재산에 대해 상속인들이 특별수익과 기여분을 주장하며 서로 더 많이 가져가야 한다며 싸우는 경우 누가 누구를 상대로 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할 수 있을까?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는 상속인이라면 누구나 청구할 수 있지만 그 청구인과 상대방에 상속인들 모두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즉 A, B, C가 모두 재판의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아들(B)이 딸(C)과 어머니(A)를 상대로 청구할 수도 있고, 아들(B)과 어머니(A)가 한편이 되어 딸(C)을 상대로 청구할 수도 있으며, 어머니(A)가 아들(B)과 딸(C)을 상대로 해서 청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들(B)이 딸(C)만을 상대로, 아니면 어머니(A)가 아들(B)만을 상대로, 딸(C)이 어머니(A)만을 상대로만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할 수는 없다. 어머니가 피상속인인 아버지로부터 이미 많은 재산을 아버지 생전에 증여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분할받을 것이 없으므로 어머니를 제외시키고 아들과 딸만 당사자가 되어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진행하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그러한 청구가 있다면 법원은 어머니(A)를 상속재산분할청구 사건의 당사자로 추가하라고 요구할 것이고,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 심판청구는 각하된다(판단을 못 받고 끝난다는 얘기다).
만약 공동상속인들 중 일부가 청구인이나 상대방으로 등장하지 않고 누락되어 있음에도 이를 간과하고 법원이 결정(심판)을 했다면 그 결정은 무효가 된다. 이렇듯 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하려면 공동상속인 모두가 청구인이 됐든 상대방이 됐든 간에 당사자로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즉 법원으로부터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제대로 받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들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까?
상속재산분할청구는 상대방의 보통재판적(원칙적으로 ‘주소’를 의미한다)이 있는 곳의 가정법원(가정법원이 없는 곳은 지방법원) 합의부가 관할한다. 그리고 상대방이 여러 명인데 각자 주소가 다를 때는 상대방 중 한 명에 대해 관할권이 있는 법원에 소를 제기하면 된다.
따라서 상대방이 여러 명이라면 그 상대방의 주소지 관할 가정법원 중 청구인 측이 가장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는 법원을 선택하여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하면 된다.
위의 예에서 어머니(A)는 서울에 살고, 아들(B)은 부산, 딸(C)은 수원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아들(B)이 어머니(A)와 딸(C)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하려면 자신의 거주지 관할 법원인 부산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할 수는 없고, 어머니(A) 주소지 관할법원인 서울가정법원이나 딸(C)의 주소지 관할법원인 수원가정법원 중에 한 곳을 골라 청구하여야 한다.
만약 위 사례에서 아들(B)이 상대방의 주소지가 아닌 자신의 거주지 관할 법원인 부산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한다면 부산가정법원은 그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이나 수원가정법원으로 이송하게 되고 이런 경우 심판 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수 있다.
어머니(A)와 딸(C)은 상속재산에 대해 분할협의가 된 상태인데 아들(B)만 다투고 있는 경우 어머니(A)와 딸(C)이 청구인이 되어 아들(B)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하려면 아들(B)의 주소지 관할법원인 부산가정법원에 청구해야 한다.
이 때 어머니(A)가 자신의 거주지 관할 법원인 서울가정법원에 심판청구를 할 수는 없고, 차선책으로 자신의 거주지와 비교적 가까운 수원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법이 있다. 딸(C)을 상속재산분할청구의 청구인으로 넣지 않고 상대방으로 넣으면 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여러 명일 때 그 중 1명의 주소지 관할법원에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상대방으로 아들(B)만 지정한다면 무조건 아들의 주소지 관할 법원인 부산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할 수 밖에 없지만 아들(B)과 딸(C)을 상대방으로 지정하면 딸(C)의 주소지 관할법원인 수원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공동상속인들은 모두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 사건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데, 위의 경우에는 딸을 상대방으로 넣은 것이 관할 면에서는 유리하다.
상속포기자, 태아, 사실혼 배우자, 중혼 배우자도 상속인?
그렇다고 공동상속인이 무조건 상속재산분할청구의 당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에는 상속개시 당시로 소급하여 상속포기의 효력이 생기게 되므로 상속포기자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동상속인 중에 상속의 포기 또는 승인을 위한 숙려기간(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중에 있는 사람이 있는 때에는 그 사람이 상속을 포기할 수도 있으므로 바로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할 수는 없고 공동상속인을 확정하기 위해 숙려기간 동안은 기다리는 것이 좋다.
태아의 경우는 어떨까? 일반적으로 태아인 상태로는 상속재산분할청구의 당사자 자격(당사자적격)이 없지만 가까운 장래에 출생이 예정되어 있다면 급박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태아가 출생할 때까지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를 중지하였다가 태아가 출생하면 그 태아까지도 당사자로 포함하여 상속재산분할심판을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사실혼 배우자는 사실혼 관계가 끝날 때 재산분할은 받을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상속인이 될 수 없다. 따라서 피상속인과 아무리 오래 살았다고 하더라도 피상속인과 혼인신고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상속재산분할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 혼인한 중혼 배우자는 일단 법률상 배우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상속재산분할심판에 대해 당사자 자격이 있다. 설령 중혼이 나중에 취소되더라도 혼인 취소에는 소급효가 없으므로 중혼 배우자가 상속재산분할절차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부당이득이 되지 않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