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 속 노출된 개인정보… 사기·혐오의 재료 된다
2024.04.07 17:57
수정 : 2024.04.07 17:57기사원문
7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다양한 종류의 정보 시스템을 통해 공공행정 전 영역에서 총 669억건(중복 포함)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현장 촬영과정서 개인정보 노출
특히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한 재난 현장 촬영은 재난 상황에서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유포되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영상정보처리기기에 대한 법적·기술적 통제를 확보해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수집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 김형진 연구원은 "개인정보가 적절히 활용된다면 재난대응에 필요한 정보의 취득을 원활히 함으로써 재난의 확산을 막고 피해 회복을 도울 수 있다"면서 "반면 개인정보가 충분히 보호되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의 무단 유포·남용으로 인해 피해자나 유족에게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재난과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개인정보 보호 체계의 취약점이 부각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정보주체의 권익보호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난대응 과정에서 수집된 개인정보가 각종 범죄 목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난 현장에서 피해자 등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수집되거나, 당초의 수집 목적과 달리 유통돼 신원 도용이나 보험 사기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4년 인도양 지진해일 대응 과정에서 기부를 명목으로 한 사기 행위에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 개인정보가 악용된 사례가 있다. 또 과거 미국에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대응 과정에서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의 직원이 국가 긴급 관리정보 시스템에 등록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악용해 재난 기금에서 돈을 빼낸 사례도 나왔다.
■개인정보 활용 통제 강화해야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의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적인 차별이나 혐오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예컨대, 감염병으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특정 인종이나 성별 혹은 성적지향, 특정 지역의 피해 사례가 부각될 경우, 이들에 대한 낙인 효과가 발생해 사회적으로 혐오나 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해당 집단의 안전과 고용, 사회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대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재난 상황에서 영상정보처리기기에 의한 개인정보 침해 우려는 재난 상황에서 특히 중요하게 부각될 수 있다.
최근 재난 상황에서 행인들이 스마트 기기 등으로 재난 현장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하는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이태원 참사 상황에서도 영상정보처리기기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의 무단 유포 사례가 지적된 바 있다.
참사 현장을 지나는 행인들에 의해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담은 영상이 무단으로 촬영되고, 해당 영상이 인터넷서비스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됐다. 특히 일부 영상은 피해자의 얼굴 등 개인정보를 여과 없이 노출함으로써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유족의 추모감정을 훼손한다는 등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김 연구원은 "개인정보 수집·처리의 근거 법령을 정비해 공공기관에 의한 개인정보 수집·처리를 최소화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조치를 강화해 공공부문의 개인정보 유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난대응 영역을 필두로 공공부문의 각 분야에서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가 수집·처리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개인정보가 수집·처리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선해 공공부문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ktitk@fnnews.com 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