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제품 시험인증 섭렵…결 비슷한 임상시험수탁 도전"
2024.04.07 18:21
수정 : 2024.04.07 20:06기사원문
"전임상에서 임상시험까지 신약 개발을 위한 전주기 지원이 가능합니다."
박채규 디티앤씨그룹 회장은 7일 "약동학·약력학센터(PK/PD센터)를 오는 10월 준공하면 국내외 바이오업체들에 신약 개발 전임상시험을 지원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여기에 임상시험을 담당하는 디티앤사노메딕스를 전임상 사업을 운영하는 디티앤씨알오에 통합하는 작업을 마무리해 전임상에서 임상까지 일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부산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LG전자에 입사하며 사회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일본 업체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향후 전자제품 시험인증 시장이 커질 것을 확신했다.
박 회장은 "전자제품은 판매에 앞서 안전과 품질, 환경 규제 등 적합성을 입증하기 위한 시험과 인증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전까지 시험인증은 정부나 해외 기관에 의지해야 했다"며 "전자제품 기술 발전과 함께 새로운 규제가 계속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시험인증 역시 민간에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예상하고 창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가 2000년 창업한 디티앤씨는 가전과 휴대폰, 자동차 등 전자제품 안전과 함께 전자파, 신뢰성 등 다양한 시험과 인증, 컨설팅을 진행하며 꾸준히 성장해갔다. 여기에 방산, 원자력 등 다양한 분야로 시험인증 범위를 확장하는 중이다. 디티앤씨 매출액은 지난 2022년 기준 1100억원에 달했다.
박 회장은 디티앤씨를 지난 2014년 코스닥에 상장시킨 뒤 곧바로 창업투자회사인 디티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투자는 곧 미래를 보는 방법'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창업투자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체 투자 중 60% 이상이 바이오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박 회장은 "국내에서 전자산업에 이어 바이오산업이 떠오를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며 "바이오산업 중 그동안 디티앤씨를 통해 해온 전자제품 시험인증과 유사한 분야를 찾는 과정에서 임상시험수탁(CRO)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CRO 업체들은 전임상과 임상을 모두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를 일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업체가 없어 후발주자로 진입하더라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CRO 사업을 위해 디티앤씨알오, 디티앤사노메딕스를 잇달아 설립한 뒤 각각 동물임상을 하는 전임상,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사업을 맡겼다. 이 중 디티앤씨알오가 지난 2022년 코스닥에 입성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디티앤씨와 함께 상장사 2곳을 보유하게 됐다.
박 회장은 현재 경기 용인 본사 부지에 건설 중인 디티앤씨알오 PK/PD센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PK와 PD 분석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박 회장은 PK/PD센터를 건설하는데 총 250억원을 투입 중이다.
박 회장은 PK/PD센터를 완공한 이후 디티앤씨알오를 글로벌 CRO 업체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연내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수준의 임상 서비스를 갖출 계획이다.
박 회장은 "바이오업체들이 해외 CRO 업체를 선호하는 이유는 미국 FDA가 요구하는 규제 기준과 요건 등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동안 준비 과정을 거쳐 미국 FDA 요구에 확실히 대응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미국 바이오업체 2곳과 CRO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글로벌 CRO 경쟁력을 확보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