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은 협치를 바란다

      2024.04.07 19:56   수정 : 2024.04.07 19:56기사원문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아야 한다. 실미지근해야 한다. 집값이 그렇다.

오르면 민심이 들끓고, 내리면 부동산경기가 냉각된다. 이때마다 정부는 각종 대책으로 온조조절을 해왔다.
하지만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처방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까진 긴 호흡이 요구된다. 더구나 주택시장은 건설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가계부채, 금융시스템, 세수, 일자리 등 연결고리가 광범위해 셈법이 간단치 않다. 가파른 상승은 정치적 부담과 가계부채 부실 우려를 낳고, 반대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 리스크를 고조시키면서 재정곳간과 연관산업 고용 등은 감소시킨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힘의 균형을 잡아야 하는 외줄타기와 같다. 특히 부동산 규제를 바라보는 여야 시각의 간극부터 난제다. 풀려고 하면 한쪽에선 조이려는 등 반작용이 되풀이돼 왔다. 정부 정책에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는 게 생경할 정도다. 법안 처리에 합의할 듯하다가도 방치해 국회 문턱을 못 넘고 폐기되거나 반쪽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 정부는 2022년 5월 출범 이후 굵직한 부동산 대책만 여섯 번 내놨다. 임대차시장 안정 부동산 정상화 과제(2022년 6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270만가구 공급(8월), 재건축부담금 합리화방안(9월), 재건축안전진단 합리화방안(12월),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2024년 1월),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3월) 등이다. 반년에 한번 가량이다.

이 같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도 국회의 벽을 제대로 넘지 못했다. 지난해 1·3 대책에서 내놓은 실거주 의무 폐지방침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1년 넘게 국회에 묶여있다가 지난달 생뚱맞게 3년 유예로 바뀌었다. 당장 입주하기 어려운 수분양자들은 숨통이 트이겠지만 세입자가 2년 후 전세계약갱신 청구권 행사로 2년을 더 연장하면 낭패다. 4년도 아니고 유예기간이 왜 3년인지 의미도 명확하지 않다. 2년 뒤 실거주를 해야 하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의 불씨만 남겨놨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제시한 대책에도 국회를 거쳐야 하는 방안들이 부지기수다. LH 사업장 매입 시 취득세 25% 감면(지방세특례제한법), 정비사업 임대주택 인수가격 현실화(도시정비법), 건설자재 수급관리 협의체 구축, 건설분쟁조정위 공사비 갈등 신속 조정(건설산업기본법) 등은 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지방 미분양 해소의 구원투수로 등판 예고된 기업구조조정(CR)리츠에 대한 세제지원은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일부개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현행법상 리츠가 임대 목적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임대등록이 안 돼 종부세 합산 배제, 취득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어서다. 지난 2월 국토부도 지적한 내용이다.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만한 메리트가 반드시 있어야 투자자금이 유입돼 미분양 물량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앞서 발표된 대책에서도 재건축안전진단 규제완화(도시정비법 개정), 다주택자 세제완화(지방세법), 분양형 실버타운 재도입(노인복지법) 또한 법을 고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PF리스크 고조 등으로 경착륙과 연착륙의 기로에 서 있고 업계는 돈맥경화, 사업성 악화 등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5%(2022년 기준), 전체 고용에선 7.4%(2023년 기준)를 차지하는 국가기반산업이다. 정부 주요 정책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조속히 가동돼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회 동의 없이 핵심 방안들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반대를 위한 반대'로 타협 대신 갈등만 가득한 국회로 전락해 시장 정상화의 타이밍을 놓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관련 법안 국회 통과를 위한 정부의 집요한 설득이 우선이지만,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총선 이후 협치가 사라진 국회를 또 보고 싶지는 않다.

winwi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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