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도 부모세대도 다 위로받는 ‘디어 에반 핸슨’
2024.04.09 09:48
수정 : 2024.04.09 11:08기사원문
2017년 토니상 작품상 등 6관왕에 오르며 작품성을 입증한 ‘디어 에반 핸슨’의 한국어 프로덕션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영화 ‘라라랜드’ ‘알라딘’의 작사·작곡 듀오 ‘파섹 앤 폴’은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얼떨결에 ‘인싸’가 되는 ‘아싸’ 고등학생의 이야기는 보편성과 동시대성을 획득하며 관객의 눈물샘을 쏙 뽑는다.
“찐따와 사회부적응자의 케미란, 귀여운 것” “힘들던 마음에 위로 한가득” “에반의 이야기에 감동, 넘버는 최고” “혼자라고 느끼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추천” 등 지난 3월 28일 개막한 이 작품에 벌써부터 관객 반응이 뜨겁다.
‘디어 에반 핸슨’은 불안장애를 극복하려 애쓰는 고등학생 에반 핸슨이 주인공이다. 동시에 자살한 동급생 코너와 두 소년의 부모 역시 이 작품의 중심축을 이룬다. 이혼한 워킹맘과 단둘이 사는 에반은 매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며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멋진 하루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자신의 다친 팔 깁스에 응원 메시지를 써줄 친구도, 그걸 해달라고 부탁할 용기도 없다. 그러다 짝사랑하던 조이의 오빠이자 반항아 코너가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작은 오해로 코너의 절친이 된 에반은 의도치 않게 거짓말을 시작하고, 에반의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크고 작은 LED 화면이 여러 겹 형태로 설치된 무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화된 우리 일상과 겹지고, 에반의 거짓말은 우리의 마음과 다르지 않아 공감을 자아내며, 코너를 향한 추모의 움직임은 누구다 다 외롭고, 또 함께하고 싶다는 인지상정을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뿐만 아니라 홀로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의 마음, 아들을 잃은 부모의 간절함 그리고 부모의 사랑과 별개로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집단에서 타인과 교류하며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개개인의 바람 등 다양한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들이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박소영 연출은 “혼자, 함께, 손을 내밀어요, 세 단어가 떠오르는 작품”이라며 “작품의 결은 원작과 동일하다. 감정과 서사가 좀 더 잘 드러나게 신경 썼다”라고 말했다.
‘텅 빈 숲속에서 길을 잃는다면 누가 날 찾아줄까’(웨이빙 스루 어 윈도), ‘서있기 조차 힘들다 느껴도 세상으로 손 내밀어요. 당신을 찾을게요’(위 윌 비 파운드) 등 쓸쓸하면서도 다정한 가사에 밝은 선율과 리듬의 넘버는 캐릭터의 감정을 대변하며 마음을 파고든다.
양주인 음악감독은 “각각의 넘버가 매우 팝적이며 독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데, 드라마에 기가 막히게 녹아든다”며 “까다로운 음악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난 뒤 우리의 감정을 실어 우리만의 것으로 다시 단단히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성규·임규형과 함께 ‘에반 핸슨’ 역을 연기한 박강현을 비롯해 출연진의 노래와 연기의 합이 좋다. 6월 23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