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 왕좌에 선 농심, 기생충과 함께 라면을 요리로

      2024.04.10 13:53   수정 : 2024.04.10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만년설이 쌓인 유럽의 가장 높은 곳(3454m)에 있는 스위스 융프라우요흐의 기차역에서는 한국인에게만 신라면(컵)이 공짜로 제공된다. 쿠폰으로 공짜 신라면을 즐기며 한국인과 전세계 관광객들은 만년설의 추위를 한국의 매운맛으로 녹인다.
#2. 남태평양의 섬나라 '아메리칸 사모아' 민족은 지난해 1년 동안 300만개에 달하는 '육개장사발면'을 소비했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으로 국내에서 유행하고, 현재는 학생과 직장인이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찾는 컵라면이 바다 건너 이국의 섬에서도 한국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3. 2020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짜파게티는 미국을 넘어 전세계에 '짜파구리' 열풍을 불러왔다.
글로벌 인기에 힘입어 농심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뉴욕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라면에 선정되기도 했다.

■라면, 식품을 넘어 한국 대표 문화상품으로
10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환갑을 맞은 K라면은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23년 한국 라면 수출액은 9억5200만 달러(1조2800억원)로 전년 대비 24.4% 증가했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힘입어 라면이 식품을 넘어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세계시장에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 라면 업계 부동의 1위 농심의 해외 라면 매출 비중도 매년 증가세다. 농심의 해외 라면 매출(해외법인+수출) 비중은 2018년 33%였으나 2020년 40%, 2023년에는 47%까지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 농심 한 회사의 해외 라면 매출액은 1조3650억원으로 관세청 전체 라면 수출액보다 크다. 해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그만큼 현지 생산 물량도 늘었다는 의미다.

농심 대표 제품인 신라면의 경우 2021년 처음으로 해외 매출(5000억원)이 국내 매출(43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기준 신라면 국내 매출은 5000억원(41%), 해외 매출은 7100억원(59%)에 달한다.

농심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호주, 베트남 등에 해외 법인을 운영 중이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미국이 5억3800만 달러로 가장 높다. 이어 중국(3억500만달러), 일본(1억300만달러), 호주(3800만달러), 베트남(1000만달러) 순이다.


■세계 최고의 라면, 농심 신라면·짜파게티
농심 신라면과 짜파게티는 뉴욕매거진이 선정한 최고의 라면에 선정됐다. 지난 2021년 뉴욕매거진에서 운영하는 웹사이트 더 스트래티지스트는 '셰프와 푸드라이터가 말하는 최고의 라면'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전문가 8명의 추천을 토대로 선정한 최고의 라면 10개를 ‘국물라면’과 ‘비빔라면’ 그리고 ‘매운라면’ 세 분야로 나눠 소개했다. 이중 한국 제품으로는 신라면과 짜파게티가 매운라면과 비빔라면으로 각각 선정됐다.

선정에 참여한 셰프 아이린 유는 신라면에 대해 “한국의 대표적인 라면으로, 다른 라면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며 “매우면서 감칠맛이 강하고, 다양한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라고 평가했다.

짜파게티에 대해서는 “먹는 재미가 있는 제품”이라며 “차돌박이를 올리고, 트러플 오일을 살짝 뿌린다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라면블랙’은 2020년 미국 3대 일간지 뉴욕타임즈와 글로벌 여행 전문 사이트 더 트래블이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으로 선정했다.

농심 관계자는 “전 세계 라면 격전지인 미국시장에서 농심 브랜드의 좋은 평가는 곧 한국 라면의 위상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모디슈머 열풍, 기생충과 만나 '짜파구리' 흥행
짜파구리는 지난 2009년, 농심이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네티즌이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소비자가 취향대로 제품을 요리해 먹는 '모디슈머' 트렌드와 만나 국민 레시피가 됐다. 2013년에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윤후(가수 윤민수씨 아들)군과 민국(방송인 김성주씨 아들)군이 짜파구리를 먹으며 국내에 짜파구리 열풍이 불었다.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시상으로 짜파구리는 제 2의 전성기를 맞는다. 짜파구리에 소고기를 넣어 먹는 레시피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에 퍼졌다. 일부 외국인은 "한국은 비빔밥처럼 으레 섞는 문화가 있어 짜파구리라는 음식을 낸 것"이라는 해석까지 내놨다.

짜파구리 열풍으로 짜파게티 수출이 없었던 칠레, 바레인, 팔라우, 수단 등의 나라에서 짜파게티 수입을 요청했다. 이로 인해 짜파게티 수출국은 70여개 국으로 늘었다.


■사모아인도 홀린 K-라면, 육개장사발면
육개장사발면은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 공식라면으로 지정되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당시 경기장에서 육개장사발면을 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이 TV를 통해 비춰지면서, 육개장사발면은 세계인들에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으로 각인됐다. 88 서울올림픽 당시 미국 NBC 관계자들은 육개장사발면을 자국의 햄버거에 견줄 제품이라고도 소개하기도 했다.

40년이 넘는 세월과 함께 육개장사발면의 인기는 이제 해외를 향하고 있다. 특히, 남태평양의 섬나라 ‘아메리칸 사모아’의 육개장사발면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주목받고 있다. 2023년 ‘아메리칸 사모아’ 내 농심 육개장사발면의 매출은 한화 약 21억8000만원, 판매 개수는 약 300만개에 이른다.

아메리칸 사모아는 호주, 뉴질랜드 북동쪽의 오세아니아 폴리네시아 사모아 제도에 위치한 미국의 해외 영토로 주요 산업은 어업이다. 생산 시설이 부족해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현지인들이 90년대 초 원양어선을 타던 한국인들에 의해 육개장사발면을 접하면서 유행이 시작됐다.


농심 관계자는 “해외에서 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라면이 되도록 올해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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