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휠체어에 옷 봉투 훔쳐간 노인.. 잡히자 씩 웃으며 "어떻게 찾았대?"
2024.04.11 09:29
수정 : 2024.04.11 09: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동휠체어를 탄 노인이 의류가게 앞에 배달된 옷 봉투를 훔쳐 달아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전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달된 옷이 사라졌다며 당시 상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유했다.
그는 지난 5일 가게 앞에 있어야 할 택배가 보이지 않자 CCTV를 확인,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영상에는 전동휠체어에 탄 노인이 A씨 가게 앞에 멈춰서는 모습이 담겼다. 초반 휠체어에 탄 상태로 옷 봉투를 가져가려고 시도했다. 제대로 되지 않자 휠체어에서 내려 옷 봉투를 뒷자리에 싣고 유유히 사라졌다.
A씨는 "힘도 좋지, 얇은 옷들이라 무거울 텐데. 저 옷 봉투를 태우고 전동휠체어를 저렇게 안정적으로 몰고 가는 것도 대단하고, 안에 사람 있나 없나 확인하는 것도 대단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함과 동시에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섰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가게를 담당하는 우체국 택배 직원으로부터 "(범인이) 노점상 하는 할머니인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노인을 찾아간 A씨는 옷 봉투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노인은 씩 웃으며 "어떻게 찾아냈대?"라고 반응했다. 헌 옷을 버려둔 줄 알고 가져갔다는 것이다.
A씨는 노인을 따라가 빌라 1층에 있던 옷을 돌려받았다. A씨가 "이게 다 얼마인지 아느냐"고 따지자, 노인은 "어쩐지 옷이 다 새것이더라. 좋아 보이더라"고 답했다.
A씨는 "앞으로 이러지 마시라"고 노인에게 경고한 뒤 도난 사건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니 (할머니의 말이) 다 어이없었다"며 "다행히 물건은 손상 없이 돌아왔다. 늘 두던 자리였고 없어진 적이 없어서 가져갈 거라고 생각도 못 했지만 이번 기회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타인의 집 앞이나 가게 앞 택배물을 가져갈 경우 형법상 절도죄에 해당된다. 절도죄는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와 합의한다고 하더라도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형법 제329조(절도)에 따라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