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투자 인센티브 확충·상속세 개편 나서달라"
2024.04.11 17:56
수정 : 2024.04.11 17:56기사원문
■"한국판 반도체 보조금 지급 필수"
11일 파이낸셜뉴스가 4대 경제단체에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점'을 조사한 결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인센티브'와 '상속세제 개편'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경제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가 포함됐다.
이들은 가장 시급한 과제로 반도체, 배터리, 2차전지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인센티브(조세특례제한법)'를 꼽았다. 반도체 산업을 예로 들면 미국 527억달러(약 71조원), 유럽 430억유로(약 62조원), 인도 100억달러(약 13조원) 등 대규모 보조금을 통해 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액공제나 최대 150억원의 지역투자 보조금 국비 지원 외에 직접 보조금 지원 제도가 전무하다. 대한상의는 "세액공제는 대규모 투자를 하더라도 영업이익이 없는 기업은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며 "영업이익과 무관하게 세액공제액을 환급해 주는 '다이렉트 페이'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상속세제 개편도 우선 과제로 꼽혔다. 경제단체들은 지난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G7국가 평균(31%)의 2배라며 상속·증여세법 개정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 기업 오너들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을 정리하는 실정이다. 심각한 경우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한경협 관계자는 "우리나라만 최대주주에게 획일적인 할증평가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세법상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된다"며 "상속·증여 시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일률적 할증(20%) 평가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경제단체들은 △임시투자세액공제 5년 연장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규제영향분석 절차 도입 △법인세 추가 인하 등을 입법 과제로 꼽았다.
■노란봉투법, 횡재세 도입 압박
재계는 4·10 총선이 범야권의 압도적 승리로 귀결되며 야권의 입법 독주가 지속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동시에 총선 이후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근로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불법 파업에 대응한 사용자 대항권 강화 등의 노동개혁이 장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당장,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저지한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다시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폐기된 노란봉투법,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등을 재추진할 것임을 공언했다.
재계에서는 이르면 올 가을 정기국회 시즌에 노란봉투법이 재발의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을 강화,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를 무력화하고,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이다.
이사진에게 일반 주주의 이익에 '충실할 의무'를 부여하는 상법 개정안도 경영계가 긴장하는 법안 중 하나다. 경영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소수 주주가 피해를 주장하면 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중대재해처벌도 5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법안이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을 넘어, 정치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며 "입법 과정에서 대화와 협의가 한층 약화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부담을 더하는 경제 관련 법안도 재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지난해 당론으로 추진한 횡재세 도입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거론한 사안인 만큼, 22대 국회에서 발의가 이뤄질 여지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횡재세는 은행과 정유사가 일정 기준을 초과한 이익을 거둘 경우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재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상속세 인하, 법인세 추가 인하 논의 동력은 오히려 후퇴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야가 대승적으로 경제활성화 관련 법에 중지를 모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