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거와 대외정책 : 양면게임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2024.04.13 06:00   수정 : 2024.04.13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퍼트남이 제시한 양면게임(Two Level Game)은 외교 협상장에 나서는 정부 외교당국이 바라보아야 대상은 두 개의 청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한 국제정치이론이다. 두 개의 청중 중 하나는 외교 상대국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이다. 외교는 협상 당사자가 일정부분은 양보하고 그에 상응하는 다른 부분을 챙겨오는 일종의 흥정이다.

그런데 외교당국자는 상대국이 요구하는 사항을 들어주고 자국이 요구하는 것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안방에서 지켜보는 국내청중, 즉 국민도 의식해야 한다. 즉 정부 당국자는 흥정의 상대방인 협상국 당국자뿐 아니라, 자국의 국민도 만족시키는 최종 산출물을 내놓아야 하는 양면게임장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함을 알려주는 것이 양면게임 이론의 핵심이다.


양면게임이론은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고강도도 연결되어 상호작용함을 주지시켜준다. 국내선거도 ‘내치’뿐 아니라 ‘외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국내선거의 결과는 국제무대에서 안보와 이익을 챙겨야 하는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양면게임의 모습을 닮았다. 2024년은 ‘슈퍼 선거’라고 회자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투표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선거가 그 시작을 알린 후 이러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선거는 국내 유권자가 행사하는 투표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국내적이지만 그 결과는 국내정치를 넘어 대외정책과 국제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만 선거가 유난히 주목된 이유도 그 결과가 미중 전략적 경쟁, 자유주의적 국제질서 수호 등의 국제적 변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내선거가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행보 성격의 외교적 행보가 있는 것도 이러한 유의미한 상관성 때문이다. 지난 4월 10일 정상회의를 통해 미일 양국정상은 양국 군 지휘·통제체제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미일동맹 역사상 가장 큰 수준의 지휘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이 정도 수준의 새로운 합의를 서두른 이유 혹은 타이밍 선정은 미국과 일본의 국내선거가 대외정책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측면과 전혀 무관치는 않아 보인다.

나아가 2024년을 ‘슈퍼 선거’의 해라 부르는 이유는 60개가 넘는 국가에서 총선이 치러졌거나 치러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국도 4월 10일 총선이 있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총선의 결과는 각 국가들의 대외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전 세계 총선 결과의 총합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낼 수 있을지는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현실 무대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대로 확인하는 시기가 2024년이다.

한국의 총선정국은 끝났다. 총선 종료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이다. 먼저 국내적으로 그 여정의 시작은 전달된 민심을 제대로 민생 개선과 혁신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다. 민심이라는 숙제는 미래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이번 총선의 승자와 패자가 총선정국 이후의 승자와 패자로 굳어지는 것도 아니다. 승자도 패자로 전락될 수 있고 패자도 미래 승자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는데 이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승자와 패자 모두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내정치를 변화시키려는 진정성 여부일 것이다.

하지만 총선 결과의 파급력은 이처럼 국내정치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안보, 외교 등 대외정책 완성도와 추진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우선 국내정치 결과가 북한에 군사적 빈틈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외교안보 태세를 점검해야한다. 북한은 포스트 총선 시기에 규칙기반 질서를 와해하고 도발을 집중할 타이밍 차원에서 적기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의 권력지형에 변화가 있는 시기가 북한 입장에서는 도발을 통해 전략적·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셈법을 작동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한국이 혁신적으로 추진해온 외교전략과 대외정책들이 제도화 과정을 멈추거나 약화되지 않도록 이를 중간점검하는 프로세스도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선거 결과로 국내권력 지형이 변화되지만 국내정치 변화와 상관없이 지켜져야 할 목표 는 국가의 생존과 번영이다. 국내정치 변화의 결과로 이 목표까지 흔들리면 국가는 위태로워진다. 포스트 총선 정국에서는 이러한 사실 자체를 숙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외교와 안보는 여야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아주 기본적인 과정부터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총선은 풀어나가야 할 새로운 도전과제와 숙제를 남겼다는 사실을 주지하여 정책 중간점검과 후속추진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사회적 통합을 지향함으로써 적을 이롭게 하는 남남갈등의 함정에서 벗어나고 군사대비태세도 촘촘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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