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 해변서 발견된 'HELP'..극적으로 구조된 3명의 남성 "영화 같은 실화"
2024.04.12 14:12
수정 : 2024.04.12 15:0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태평양 작은섬에 일주일 이상 갇혔던 남성 3명이 해변 모래사장에 구조신호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해안경비대는 지난 6일 오세아니아의 미크로네시아 연방에 있는 무인도 피켈롯섬에서 야자수 잎으로 만든 '헬프'(HELP) 글자를 발견했다.
이 구조신호는 지난달 31일 근처에서 낚시를 하던 3명의 실종자가 쓴 것이다.
그러나 무전기 배터리 마저 닳아버려 그대로 발이 묶이게 됐다. 이들이 발을 들인 섬은 어부들이 간간히 들릴 뿐,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다.
실종자들은 섬 곳곳에 있는 야자수 잎을 모아 해변에 도와달라는 뜻인 'HELP'라는 글자를 쓰고 구조를 기다리기로 했다. 다행히 어부들이 설치해둔 우물 덕에 신선한 물을 구할 수 있었고, 코코넛 과육을 발라먹으며 버틸 수 있었다.
세 사람이 바다로 나선지 일주일이 지난 이달 6일,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신고가 괌 조난센터에 들어왔고, 해안경비대는 미 해군과 함께 수색에 나섰다. 구조대는 악천후 속에서도 600개 섬으로 구성돼 있는 미크로네시아 연방 7만8000 평방해리에 걸쳐 수색을 벌였다.
이들이 발견된 건 지난 7일.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서 출동한 미 해군 해상초계기 P-8 포세이돈이 피켈럿 환초에서 남성들을 찾아냈다.
피켈럿 환초는 야자수와 관목으로 뒤덮인 길이 약 600m의 작은 무인도로, 괌에서 670㎞가량 떨어져 있다.
수색구조 임무를 맡았던 첼시 가르시아 중위는 "그들의 구조 신호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섬에서 모래 위에 쓴 글씨 덕분에 구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2020년에도 다른 남성 3명이 보트를 타고 왔다가 연료가 떨어져 이 섬에 머물렀다. 이들은 모래 위에 긴급구조 요청('SOS')을 썼고 미 구조대에 의해 구조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배가 전복되면서 남성 3명이 약 3.2㎞를 헤엄쳐 미크로네시아 작은 섬에 도착했고, 이 섬에서 모래에 'HELP'라고 썼다가 해안경비대에 구조됐다. 같은 해 미크로네시아 무인도 이스트 파유섬에 갇혀있던 50대 부부가 모래 위에 쓴 'SOS'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