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미식, 음악..매깜뻥 완벽한 하루

      2024.04.13 08:00   수정 : 2024.04.13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치앙마이에서 먹는 3번째 아침, 식당으로 향하는 길에 한국 가족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지나치며 우리가 향하는 곳이 '맛집'임을 직감했다. 식당의 이름은 '펀 포레스트 카페'로 야외 정원 느낌으로 꾸며진 브런치 카페였다. 카페의 규모가 꽤 컸음에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파라솔 그늘 아래, 야외 좌석에 앉아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아메리칸 브렉퍼스트와 샌드위치 등을 먹었다. 치앙마이에서 해결한 세 끼의 아침 중 음식, 가격, 분위기 모든 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한 뒤 이곳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카페로 향했다. 치앙마이 3대 커피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아카아마 프라싱'이라는 곳이었다. 시그니처 메뉴라는 '더티 라떼'와 에스프레소에 꿀과 오렌지 필을 넣은 '마니마나'를 한 잔씩 시켰다. 2층에 올라 커피를 만든는 것을 직접 봤는데 '마니마나'는 칵테일처럼 여러가지 재료를 넣고 섞는 과정이 있었다. 커피의 쓴 맛과 달달한 꿀의 맛, 오렌지의 상긋함이 나름 잘 어울렸다. 밥과 커피를 뱃속에 채우고 차를 몰았다.




싼깜팽 온천, 유황물에 삶아 먹는 계란의 맛

이날의 첫 목적지는 치앙마이에서 매깜뻥 가는 길에 들릴 수 있는 싼깜팽 온천이었다. 방문한 날은 평일이라 그런지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더 많았다. 온천 부지는 족욕을 할 수 있는 야외 족욕탕부터 시작해서 계란을 삶아 먹을 수 있는 곳, 실제로 온천이 가능한 곳, 정원부지 등 상당히 넓었다.

온천 곳곳에는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귀여운 동상과 음식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식당이 있었다. 대나무 바구니에 담긴 계란을 사서, 갈고리에 담긴 쇠 막대를 통해 100도 가까운 온천 물에 담가 놓았다 나중에 꺼내 먹을 수 있다. 한국 찜질방의 구운 계란 절반도 안되는 가격에 직접 유황물에 계란을 삶고 나중에 까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넉넉한 일정으로 오면 한 켠에 마련된 실내 온천장에서 유료로 온천을 즐길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1년 내내 여름인 이곳에서 굳이 온천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도 싶었다.

땅에서 솟구쳐 오르는 유황 온천물에는 '온도가 105도에 달하니 접근금지'라는 경고 문이 붙어 있기도 했다. 온천 부지를 둘러보다 음료를 하나 사서, 삶은 계란과 함께 먹었다.



매깜뻥, 시골의 향수와 소박한 삶의 모습

매깜뻥(매캄퐁)은 싼깜팽과 인접한 암퍼 매언에 자리한 농촌 마을이자 홈스테이 시범 마을로 알려졌다. 커피와 차를 재배하는 이곳에 참아 하룻밤 묵어가며 시골 향수를 채우는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다. 치앙마이 여행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 이곳을 최고로 꼽는 사람도 종종 있었다.

산속 깊은 도로를 따라 들어가다 보면 매깜뻥 마을이 나온다. 마을 입구의 초입에는 커다란 강아지의 얼굴 벽화를 볼 수 있다. 좁고 한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보면 꼬치를 파는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이 일려로 나온다. 시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매깜뻥 폭포'는 반드시 가보는 것이 좋다. 더운 날씨에 땀을 흘려 가며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매깜뻥 폭포가 나온다. 폭포가 보인다고 바로 돌아서지 말고 폭포를 따라 산을 오르면 치앙마이 '매사폭포'처럼 산을 따라 또 다른 폭포가 여럿 나온다. 정상까지 올라가면 더 이상 올라 갈 수 없는 마지막 폭포가 나오는데 뿌듯함과 시원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폭포의 정상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는 뷰가 좋은 카페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겸하는 '라비앙 뷰 카페'란곳으로 가게에서 기르는 고양이 여러 마리가 한가롭게 놀고 있었다.





■미쉐린 로띠, 1시간 기다릴 맛은 아니더라

매깜뻥 폭포로 '폭풍 등산'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이른 저녁 시간이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 대신 미쉐린 가이드에 등재됐다는 유일한 길거리 로띠를 먹기로 했다. 숙소가 타페게이트 근처였는데 미쉐린 로띠 역시 그 근방이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 로띠 가게에 갔지만 아직 장사를 시작하고 있지 않았다. 주인 없는 로띠 리어카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태국 여성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데, 주인 할머니에게 전화를 해보니 곧 장사를 할 것이라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기다리느니 도보로 치앙마이 시내를 크게 둘러보기로 했다. 1시간 쯤 치앙마이 시내를 둘러보고 돌아오니 그제서야 할머니 두 분이 가게를 열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수십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고 있어 쪽지에 번호를 남기고 시간에 맞춰 다시 돌아오기로 했다. 우리는 66번인가를 받았는데 다른 곳에서 30~40분 군것질을 하고 돌아오는 60번대 로띠를 굽는 중이셨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20~30분을 더 기다려서 초코 로띠와 바나나 로띠 2개를 받을 수 있었다. 접시에 받아든 로띠는 거리에 앉은 자리에서 바로 먹어 치웠다.

유튜브 등에도 수많은 로띠 리뷰가 있었는데 먹고난 감상은 나와 일행 모두 "뭐야, 이거 그냥 로띠잖아"였다. 그렇다고 특별히 맛있는 로띠도 아니고 싼 것도 아니고 기교가 들어간 로띠도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한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호떡인데 무슨 연유인지 미쉐린가이드를 받아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진 것 같았다. 광장시장 앞에 꽈배기를 먹이 위해 줄을 서 있는 외국인이 생각났다.



■루프탑 펍, '타페이스트'서 라이브 재즈 음악까지

로띠를 먹고 인근에 있는 루프탑 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이드랜드.cnx'라는 곳으로 건물 옥상에 만든 일본식 이자카야 같은 느낌의 술집이었다. 여러가지 꼬치 요리와 일본식 주점 요리를 파는 곳으로 개인적으로는 닭껍질 튀김 꼬치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이볼을 시켜 놓고 옥상의 난간에 앉아 치앙마이 시내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 테이블의 양 옆으로 모두 연인으로 보이는 듯한 2명이 자리를 잡았는데 신기하게도 두 테이블 모두 크게 다투거나,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안주도 맛있고, 술도 맛있는 곳에서 '왜들 그리 다운돼 있는지' 알수 없었다.

앉은 자리에서 하이볼을 한 잔씩 하고 추가로 주문을 할까 하다가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이날이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였기 때문에 하나라도 더 많은 곳을 가보고 싶었다. 펍을 나와 바로 아래에 있는 '카놈완 창모이'라는 디저트 가게에서 태국 현지 디저트를 먹고 라이브 재즈 카페를 들을 수 있는 곳에 가기로 했다.

몇 군데를 검색한 뒤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타페 이스트'란 곳으로 향했다. 실내석과 야외석 대부분이 만석으로 칵테일과 주류 등을 시키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이었다. 우리는 총 3명의 뮤지션을 봤는데 한 명 한 명 모두 개성 넘치고 음악도 좋았다. 음악에 대한 감사함은 팁 박스에 100밧을 넣는 것으로 대신했다.

타페 이스트에는 다양한 국가, 연령, 사연의 손님이 보였는데 그 중 한 중년 신사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영국 프로 축구리그 아스날FC의 감독 '아르센 벵거'를 꼭 닮은 서양 아저씨가 있어서 일행과 소리 죽여 웃음을 참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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