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분산으로 손실 최소화… 장기투자로 ‘복리의 마법’
2024.04.14 19:25
수정 : 2024.04.14 19:25기사원문
'경제적 자유'에 대한 관심이 크다. 경제적 자유란 임금 노동 소득 이외의 자산으로도 추가 소득이 발생하며 단순히 생계를 위해 일할 필요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밀레니엄 세대를 중심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파이어족'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렇다고 위험부담이 큰 투자를 할 수는 없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무리한 투자에 나섰다가는 평생 생계를 위한 일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투자를 제일 잘한다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손실을 끔찍이 싫어한다. 버핏의 투자 제1규칙이 '절대 돈을 잃지 말라'이고 제2규칙은 '제1규칙을 절대 잊지 말라'일 정도다.
물론 손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투자전략은 없다. 오히려 그런 전략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투자 달인들의 투자전략을 참조하고 본인만의 전략을 세운다면 성공 가능성은 높일 수 있다.
■고수들의 선택은 분산투자
역대 장기간동안 안정적인 수익을 낸 투자 고수들의 투자전략은 분산투자다. 큰 틀에서 내용은 비슷하다. 위험성이 큰 주식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금 등의 상품, 추가 매수할 수 있는 현금 등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이다.
소위 '몰빵'에 비해 수익률은 적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분산투자의 또 다른 핵심은 리밸런싱이다. 분기 혹은 연 단위로 비중이 높아진 자산을 팔고 비중이 낮아진 자산을 매입해서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
■탈무드 포트폴리오
가장 오래된 투자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탈무드에 소개된 것으로 2000년 이전에 소개됐다.
내용은 자산을 세 부분으로 나누라는 것이다. 3분의 1은 땅에 투자하고 3분의 1은 사업, 나머지 3분의 1은 유사시를 대비해 현금으로 들고 있으라는 내용. 현재 분산투자의 대가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1980년대 이후에 등장한 것을 고려하면 기원전에 분산투자에 대한 개념을 가졌다는 것이 놀랍다.
탈무드의 투자전략을 현재 버전으로 바꾼다면 자산의 3분의 1은 부동산에 투자하고 3분의 1은 주식, 3분의 1은 예금 또는 채권에 투자하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일부에서는 부동산 대신 리츠를 포함하기도 한다.
■사계절 포트폴리오(All weather Portfolio)
사계절 포트폴리오는 어떤 계절이 오더라도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세계 최대 헤지 펀드인 브리지워터를 설립한 레이 달리오가 만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계절은 경기와 물가 등을 의미한다. 경기와 물가가 모두 상승하는 국면, 경기와 물가가 모두 하락하는 국면, 경기는 상승하지만 물가는 하락하는 국면, 경기는 하락하지만 물가는 상승하는 국면 등 4가지 상황을 염두에 두고 모든 상황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든 것이다.
올웨더 포트폴리오의 자산 배분 전략은 간단하다. 변동성이 높은 위험자산인 주식에 30%, 안정적이면서 꾸준히 이자가 나오는 채권에 55% 그리고 인플레이션을 방지할 수 있는 원자재와 금에 각각 7.5%씩 분산 투자하는 방식이다.
■영구 포트폴리오(Permanent Portfolio)
지난 1990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해리 막스 마코위츠가 만든 전략으로 해리 브라운이 'Fail Safe Investing'이라는 책에서 소개됐다.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전략이다. 내용은 주식과 채권, 금, 현금 등 4가지 자산 군에 각각 25%의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
성격이 다른 4가지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일정한 수익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금은 물가가 상승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고 주식은 경기가 좋고 물가가 낮을 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채권은 경기가 나쁘고 물가가 낮아질 때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보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물론 경제 상황을 잘 예측하고 소위 '몰빵'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예측하기도 힘들고 또 변수도 많다는 점에서 고려해볼만한 전략이다.
마코위츠는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격언을 투자와 리스크 관리에 적용해 분산투자의 원칙을 정립했다. '분산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릴 정도다.
■데이비드 스웬슨의 포트폴리오
미국 예일대학 기금운용 책임자인 데이비스 스웬슨이 소개한 원칙이다.
미국 주식 30%, 해외 선진시장 주식 15%, 신흥시장 주식 5%, 전통 국채 15%, 물가연동 채권 15%, 부동산 리츠 20% 비중이다. 주식에도 지역별 배분이 필요하고 채권도 물가연동 채권과 국채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수익률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등 월가에서 일하던 스웬슨은 지난 1985년 예일대로 자리를 옮겨 기금을 운용했다. 자리를 옮길 당시 10억달러에 불과하던 예일대 기금은 지난 2020년에는 312억달러까지 늘었다. 자신이 만든 투자전략을 활용, 운용자산을 31배나 확대한 것이다.
■연평균 20% 수익, 따라하기는 힘든 버핏
세계에서 투자를 가장 잘하는 CEO인 버핏의 투자전략을 따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2010년대 초반 아무도 쳐다보지 않던 중국 전기자동차업체인 BYD에 투자해 엄청한 수익을 낸 그는 최근에는 일본 상사업체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꽤 큰 수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버핏이 투자를 시작한 1965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평균 수익률은 20%. 57년전에 버핏에게 100만원을 맡겼다면 현재는 813억1148만3567원이 돼 있다는 의미다.
버핏은 수익 비결로 기업이 하는 사업을 이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경제성이 좋으며 경영진을 믿을 수 있고 가격이 합리적인 기업에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좋은 말이다. 이해도 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개인 입장에서 기업을 분석할 시간도 없고 능력도 안 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혜안도 없다. 따라하고는 싶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법은 장기투자, 복리의 마법 기대
결국 개인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따라 할 수 있는 투자전략은 분산투자다. 물론 투자 고수들이 제시한 분산전략의 수익률은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기록할 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매년 5~8% 정도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개인들의 주식투자 기대 수익률이 15~20%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매년 이 같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면 결론은 달라진다. 이른바 '복리의 마법'이다. 개인들이 고수들의 투자전략을 참조해 매수한 상품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기는 하겠지만 매년 6%의 수익률을 올린다고 해면 20년 후에는 231%의 수익을 얻게 된다. 그 기간 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빼야 하지만 그래도 엄청난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매일 주식 시세판을 쳐다보지 않고 현업에 집중하고서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다.
리딩방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피해사례가 계속 나오고 금융당국이 강하게 단속에 나서고 있음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단기간에 큰 수익을 찾는 투자자가 계속해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MDD(Maximum Drawdown)는 파악해야
다만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분산투자를 할 때는 MDD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MDD란 최대 낙폭 또는 최대 손실 낙폭으로 특정 기간동안 투자자가 겪을 수 있는 최대 손실을 의미한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후 MDD를 구하고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를 파악하고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MDD 계산법은 (최저점/전고점)-1이다. 즉, 전고점 대비 최저점, 최대 하락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주식을 90만원에 샀는데 이 주식이 이듬해 초 100만원까지 상승했다가 그 해 연말 60만원까지 떨어졌다면 해당 해 A주식의 MDD는 40%가 되는 셈이다. MDD 수치가 높을 수록 투자자가 받는 충격은 더 커진다. 이에 따라 MDD를 계산하고 최소화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손실회피 본능이 있는 것을 고려할 때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하는 MDD의 5분의 1 정도가 적절하다는 주장도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