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딸 191번 찔러 죽인 예비사위, 사과 한마디라도"..억장 무너진 어머니
2024.04.15 08:44
수정 : 2024.04.15 10:22기사원문
피해자 정혜주씨(사망 당시24세)의 모친 차경미씨(54)는 지난달 20일 가해자 류모씨(28)의 살인 사건 항소심 재판이 열린 춘천지법을 찾았다. 혹시나 가해자가 자신을 향해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간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재판이 열린 이날은 해당 사건만 없었다면 딸 정씨와 가해자가 신혼여행을 보내고 있을 시기였다.
차씨는 "저 같으면 내가 죽인 아이의 엄마가 저기 와 있으면 '잘못했다'고 할 것 같다. '어머니 잘못했어요' 말 한마디 할 줄 알았다"라고 말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2시47분쯤 강원 영월군 집에서 류씨가 찌른 흉기에 총 191회 찔려 살해당했다.
약 6분 뒤인 오후 12시53분, 류씨는 "제가 여자친구를 죽였어요" "여자친구를 난도질했거든요"라며 112에 스스로 신고했다.
류씨가 경찰에 털어놓은 첫 범행 동기는 '층간소음 스트레스'였다. 1년여 전부터 옆집 아이가 일으키는 소음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검찰 조사에서는 결혼을 앞두고 빚만 늘어나 스트레스가 쌓이던 중 문득 '정씨를 살해하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순간적으로 실행에 옮겼다고 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는 "피해자로부터 '지적장애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범행했다"라고 진술했다.
두 사람은 2022년 봄 지인 소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는 그해 3월 추간판탈출증(디스크) 수술을 하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고, 류씨가 자주 병문안 오면서 두 사람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이들은 올해 3월 16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하고 공공임대주택에서 2022년 11월부터 동거를 시작했다.
정씨는 류씨 혼자 생활비를 감당하게 하는 것이 미안해 의료수급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만 두 탕을 뛰며 생활비를 보탰다. 결혼 준비를 두고 흔한 말다툼도 없었다고 한다.
차씨는 가족처럼 살갑게 대했던 류씨의 끔찍한 범행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정신병원까지 입원했다. 차씨가 정신을 차리고 난 사이 류씨는 지난 1월 춘천지법 영월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층간소음 문제와 경제적 곤궁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살해했다는 점이 선뜻 이해되지 않고, 이례적인 범행동기를 가질 만한 정신질환도 없었던 점을 근거로 피해자로부터 '지적장애냐'라는 말을 듣고 우발적으로 범행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과 피고인이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이 사건은 오는 17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차씨는 "어차피 우리나라는 사형이 폐지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원한다"라고 했다.
이어 "17년을 받든, 20년을 받든, 30년을 받든, 우리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17년은 합당하지 않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죗값을 치러야 류씨도 이 세상에 나왔을 때 당당하게 설 수 있지 않겠냐"라면서 "그래야 나도 죄를 용서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