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同行 펀드 등장···“손실 걱정도 ‘0’에 수렴”

      2024.04.17 13:35   수정 : 2024.04.17 15: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삼성그룹이 전 세계에 뻗치고 있는 가치사슬(밸류체인)에 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나왔다. 삼성 계열 종목을 집중적으로 담는 개념이 아니라, 반도체뿐 아니라 삼성그룹이 주도하고 있는 다양한 산업의 핵심 기업들까지 선별해 편입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모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와 구별된다. 무엇보다 손실 우려를 사실상 ‘제로(0)’에 수렴하도록 펀드를 설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투자삼성그룹성장테마’에 대한 설명으로, 운용역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담당은 지난 2008년 입사해 한투운용에서만 17년째 일하고 있다.
인덱스운용팀, 퀀트운용팀, 글로벌퀀트운용부를 거쳐 올해 1월부터 글로벌주식운용담당을 맡았다.

7개 하위 사모펀드에 균등 투자
최 담당은 17일 “삼성 상장사들에만 초점을 맞추기보단 그룹이 대표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주도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삼성그룹 종목들이 최근 몇 년 간 주가를 높여오긴 했으나, 여전히 저평가돼있다”며 펀드 콘셉트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역시 한투운용 운용하는 7개 일반사모펀드에 각 14.3% 비중으로 자산을 투자한다. 각 사모펀드는 △차세대 반도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2차전지&소부장 △바이오위탁생산&바이오시밀러 △모빌리티전장 △인공지능&로보틱스 △웨어러블&차세대통신기술 등으로 나뉜다. 모두 각 테마별 국내외 삼성그룹 성장주 및 관련주에 투자한다.

사모펀드당 10~15개 종목이 포진해있는데, 중복을 제외하면 공모펀드로는 50여개에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비율을 따자면 삼성그룹주에 50%, 관련 국내·외 주식에 각각 20%와 30%를 배분한다.

최 담당은 “7개 중 어느 하나가 더 선방 혹은 실패하는 미래를 예측하기보단 성장성은 충분하되 오히려 상관관계가 적은 분야들에 분산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소수 종목으로 단기 수익률을 노리는 투자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고 짚었다.

■‘-15%’까진 막아준다
이번 펀드는 비단 단일 상품 성공을 위해 기획되지 않았다. 일반 공모펀드가 침체기를 맞는 상황에서, 시장 활성화를 위한 투자자 수요를 면밀히 관찰한 결과물이다. 그 답이 ‘손익차등형’이었다.

이 상품은 지주가 뒤를 받치는 세 번째 손익차등형이다. 하위 펀드에서 발생한 손실 15%까지는 후순위 투자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 및 계열사가 떠안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해당 수치를 넘어서는 손실은 선순위 투자자인 고객들에게도 귀속된다.

그렇다고 후순위 투자자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이익이 발생하면 선순위 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하긴 하지만, 하위 사모펀드 수익률 기준 10% 초과분부터는 절반씩 나눠 갖기 때문이다. 결국 가입자보다도 더욱 자산운용사가 펀드 성과를 내주길 바라는 쪽이 후순위 투자자다.

최 담당은 “고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손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라며 “해당 구조화 상품은 지난해부터 한투운용 주요 비즈니스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4번째, 5번째 상품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월 모집한 첫 손익차등형인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은 1순위(919억원), 2순위(161억원)를 합쳐 총 1080억원이 들어왔다. 이후 4개월 만인 올해 1월 모집한 ‘한국투자글로벌AI&빅테크’ 역시 이와 비슷한 913억원(800억·113억원)의 고객 자금을 받았다.

물론 7개 사모펀드 중 하나가 심하게 무너지면 공모펀드 손실로 전이될 수 있기는 하다. 가령 6개 모두 5%씩 수익률을 내고, 나머지 1개가 -40% 성과를 냈다고 하면 평균 수익률은 -5%지만 선순위 투자자가 일부 손실에 노출되게 된다. 다만 최 담당은 “이 같은 상황이 빚어질 확률은 극히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반대로 보면 이 같은 설계 방식은 각 사모펀드가 손실률 15%만 넘기지 않으면 선순위에서 손실이 나진 않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역성장을 해도 고객이 손해 볼 일은 없다는 이점을 지닌다. 사모펀드 1~4가 모두 -14% 수익률을 가리켜도, 5~7이 각 5%씩 올랐다면 공모펀드는 그 이상의 수익률을 제공받게 된다는 뜻이다.

운용 기간은 3년이지만 그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될 구멍도 뚫어 놨다. 만기 전 수익률이 15%에 도달하면 조기 상환한다. 설정 후 1년 내 상환 조건에 도달할 경우에는 최소 보유 기간(1년)이 지난 시점부터, 1년 이후 상환 조건을 맞추면 해당일로부터 각 15영업일 후 상환된다.

모집은 오는 25일까지로, 주말을 빼면 이날을 포함해 7일 남았다.
단위형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원해도 가입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 단독 판매다.
설정일은 26일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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