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신 육아 놓는 여성들...KDI "10년↑ 장기 지원책 필요"

      2024.04.16 12:00   수정 : 2024.04.16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출산율 감소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가운데 40% 가량이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로 인한 것이라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저출산 대응 뿐 아니라 거시경제 활력 제고에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16일 KDI는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내며 "부모가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동안 이들의 시간 제약을 완화할 수 있는 재택 · 단축 근무 등의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의 장기적 시계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대한민국에서는 소득수준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꾸준히 증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 이후 출산율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급격하게 감소했다"며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는 노동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경력단절을 우려하여 커리어를 유지한 채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여성이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1.24명) 이후 매년 약 0.07명씩 감소 일로를 걷는 중이다.
지난해 현재 0.72명으로 0.7명대로 내려앉았고, 지역·기간에 따라 0.6명대 아래의 합계출산율까지 보이는 상태다.

반면, OECD 평균 합계출산율은 2015~2021년 동안 1.68명에서 1.58명으로 매년 약 0.017명 감소에 그쳤다. 2000년대 이후부터 고소득 국가를 중심으로 소득과 출산율이 비례관계로 전환하며 여성의 경제활동률과 출산율이 함께 오르면서다.

특히 한국은 육아로 인해 경력을 포기할 경우 입는 손실이 큰 축에 속하는 나라다. KDI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출산을 포기하고 무자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p 이상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리어를 지속함에 따라 기대되는 임금 상승을 감안하면, 14%p 이상의 경력단절 확률 감소는 개인의 평생 소득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각 연령별 청년 여성이 육아로 인해 겪게 되는 불이익으로 인해 출산을 포기하는 정도는 혼인·출산 비중이 높은 30~34세에서 높게 나타났다. 고용격차가 줄어들며 여성의 경제활동은 늘어났지만, 오히려 이로 인해 출산 부분을 포기하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KDI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단축근무 제도에도 불구하고, 2014년 이후 현재까지 30·40대 유자녀 여성의 조건부 경력단절 확률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현재의 단기적인 출산율 정책만으로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감소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단순히 여성의 경제 활동을 줄여 출산율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이 사회적으로 더 큰 이득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을 방지하는 정책은 노동 공급을 증가시키고 회복할 수 없는 인적자본 훼손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개인 또는 가구 입장에서는 평생소득의 증가를, 거시경제 관점에서는 노동 공급 증가에 따른 경제의 성장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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