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일시 멈춤 1년 지났지만 현장선 여전히 몰랐다
2024.04.16 15:50
수정 : 2024.04.16 15:50기사원문
지키지 않는 '우회전 일시정지'
16일 기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연건동 이화사거리에서는 율곡로에서 대학로로 우회전하는 차량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우회전 과정에서 일시정지를 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앞서가는 차량의 꼬리를 물고 그대로 따라가는 식으로 신호마다 2~3분간 13~17대가량의 차량이 잇따라 우회전했다.
기자가 지켜본 15분 동안 70여대의 차량이 지나갔다.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킨 차량은 불과 3대뿐이었다. 일시정지를 지키는 차량에는 어김없이 뒤차가 '빵빵'하는 경적으로 눈치를 줬다.
개인택시를 운행한 지 2년째라는 양모씨(61)는 "빨간불에 섰다가 가는 것으로 알고 차를 세우면 사람들이 뒤에서 화를 낸다"며 "홍보가 안 돼서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모르면서 화를 내는 사람은 못 이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홍보가 이뤄져야 한다"며 "보행자가 없으면 보행자 신호가 파란불이어도 우회전 차량이 지나갈 수 있다는 점도 홍보가 안 돼 택시 몰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히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인 경우 차량은 서행하면서 일시정지 없이 그대로 우회전했다. 완전히 멈추는 차량은 찾기 어려웠다. 바뀐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전방 신호등이 빨간 불이면 보행자 신호가 빨간 불이어도 우선 일시적으로 정지한 다음 보행자가 없는 것을 보고 지나가야 한다.
자동차로 이화사거리를 지나 출근하는 김모씨(41)는 "이곳(율곡로 방면)이 막히는 편이라 특히 안 지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강력 처벌' vs '실효성 의문'
우회전 일시정지 제도에 대해 현장 시민들의 의견도 엇갈린다.
세명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신모씨(43)는 "횡단보도 부주의 사고가 많아서 처벌을 강력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아이들은 불쑥불쑥 나가는 편이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범칙금에 대해서도 그는 "벌금이 있어야 운전자가 경각심을 갖게 된다"며 "벌금이 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강모씨(45)는 "보행자 안전을 생각하면 지켜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법을 지키면 뒤차가 경적으로 눈치를 줘서 쉽지 않다"며 "바뀐 제도가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도 있었다.
A씨(25)는 "우회전 일시정지를 지키다가 오히려 사고가 나기도 한다"며 "지인이 빨간 불 앞에서 정지했다가 앞차가 출발하는 타이밍을 못 맞춰서 부딪히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모씨(52)는 "일시 멈춤의 기준이 모호해 별 의미 없는 제도다. 기준이 모호하니까 경찰도 제대로 단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제도를 다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