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보복방식 '길어지는 고민'... 직접공격할까 가자지구 해결 카드로 쓸까

      2024.04.16 18:17   수정 : 2024.04.16 20:25기사원문
이란에 대규모 무인기(드론)·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정부가 이틀 연속으로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이스라엘의 보복방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무력대응을 강행한다면 이란 핵시설이나 군사시설을 타격한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눈치를 볼 경우 직접공격 대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집중할 수도 있다.



■이란 핵시설 타격 가능성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포함한 이스라엘 전시내각 관계자들은 15일(현지시간) 약 3시간 동안 회의를 열어 이란의 공습에 대한 대응을 논의했다. 관계자들은 회의에서 대응 자체는 확정되었지만 전날 회의와 마찬가지로 대응 수위와 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15일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은 전시내각이 역내 전쟁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이란에는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는 다수의 보복방식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앞을 내다보고 다음 단계를 고려한다. 이스라엘 영토로 발사한 순항미사일과 드론 공격에는 대응이 뒤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이스라엘 정부가 민간인 피해를 최소로 줄이고 이란 정부에 경고를 주기 위해 이란의 군사시설을 공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15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관련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항상 그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란이 전날 핵시설을 일시 폐쇄했다가 다시 개방했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보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핵시설 타격으로 긴장을 끌어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핵시설을 타격하더라도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길어야 1년 늦추는 피해밖에 줄 수 없다고 추정했다.

■이란 명분 삼아 가자지구 정리할 수도

오는 11월 선거를 앞두고 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란의 공습 직후 네타냐후와 전화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보복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CNN에 따르면 바이든은 이란의 드론·미사일이 99% 가까이 격추되었고 이스라엘의 피해 역시 미미하기 때문에 요격 자체가 중대한 승리라고 간주했다. 바이든은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이 보복할 필요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CNN은 요격 당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요르단 등이 이스라엘을 위해 이란 미사일을 격추했다며 이스라엘이 요격에 협조한 국가들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15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과 대화에서 또다시 "지역 내 안정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영국 리시 수낵 총리도 하원 연설에서 "모든 당사자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역내 긴장 고조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의 선공을 막지 못했던 네타냐후는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의 공격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실각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전시내각에 참여하는 강성 우파 세력은 네타냐후에게 강경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이스라엘은 이란과 직접 대치하는 대신에 다른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과거 네타냐후 정부에서 총리실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이스라엘군의 야코프 아미드로르 예비역 소장은 15일 예루살렘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란의 공습을 2가지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의 선제 공습을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고, 가자지구 라파 지역에 진입하기 위해 미국의 동의를 얻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부터 가자지구에 진입해 하마스를 소탕하고 있는 이스라엘군은 피란민들이 몰려있는 남부 라파 지역을 포위하고 있지만, 민간인 피해를 우려하는 미국의 반대로 라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CNN은 이스라엘이 지난달만 하더라도 반년 넘게 계속된 가자지구 작전과 그에 따른 팔레스타인 사망자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으나, 이란의 공습 덕분에 국제적으로 긍정적인 여론을 얻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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