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항공청, 도움닫기에 집중하라
2024.04.16 18:31
수정 : 2024.04.16 18:31기사원문
'한국판 나사(NASA·항공우주국)'로 일컬어지는 우주항공청(KASA) 개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우주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초기에 나서서 기업들이 실패를 거듭해도 계속 발사체를 쏘아올릴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 한다. 이를 통해 먼저 비용을 줄이고, 기술신뢰성을 보장해야 상업적 수요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우주항공산업은 자연스럽게 수요가 증가하는 일반적인 민간사업과 결이 다르다. 실제로 글로벌 우주항공 민간시장에서는 업체가 4~5회 정도 발사에 성공한 후에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본다. 이후 발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인공위성 서비스 수주도 그제서야 할 수 있다.
일종의 '도움닫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우주항공기업들이 '뉴 스페이스 시대'에 실력을 제대로 뽐내려면 우주항공청이 초기부터 반복적인 발사 기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만 현재 국내 발사체 발사 횟수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총 3회가 예정됐다. 연평균 0.75대에 그치는 아쉬운 상황이다.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주 1회꼴로 발사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국내 우주사업 및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우주항공청 개청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 것을 의미한다. 그간 정책이 부처별로 나뉘고 민·군 수요도 분리돼 중복투자, 역량분산 등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제는 단편적이지 않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민간기업의 필요에 맞춘 정교한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4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오는 2045년까지 대한민국의 우주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제시했다. 아직 우리나라의 글로벌 점유율은 1%가량에 불과하다.
도움닫기 거리가 충분치 않다면 멀리뛰기 혹은 높이뛰기 시합에서 승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사 역시 스페이스X를 세계 선도기업으로 성장시킨 것처럼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우주항공청도 국내 기업들의 도약력을 증대시키는 데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다. 그 도약력은 바로 발사 기회를 최대한 늘리는 데 달려 있다. 우주항공청의 성패 조건이기도 하다.
yo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