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내 거짓말대로 해줘" 통역사의 뻔뻔한 부탁 '사건 전말' 밝혀졌다

      2024.04.18 06:35   수정 : 2024.04.18 06: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의 돈에 손을 댄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스캔들’ 전말이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 연방검찰의 수사결과 등을 통해 미즈하라가 자신의 불법 도박 사실을 내부에 알린 순간부터 그가 기소되기까지를 담은 사건 과정을 보도했다.

오타니의 통역사였던 미즈하라는 통역사를 넘어 ‘야구 밖에 모르는’ 오타니의 생활 매니저이자 ‘실세’이기도 했다.

도박중독에 빠져 오타니의 돈을 야금야금 빼돌려 불법 도박을 하던 그는, 자신의 거짓말이 모두 드러난 순간에도 오타니에게 “내가 한 거짓말에 동참해달라”며 끝까지 매달렸다.

미 사법당국은 불법 도박 업자(매튜 보이어)를 수사하던 중, 오타니 계좌에서 그의 계좌로 수십만달러가 입금된 내역을 확인했다.
미 현지 언론들은 이 수상한 이체 내역에 대해 취재하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1차전(LA 다저스 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열리기 하루 전인 지난달 19일, 서울에 있던 오타니의 에이전트에게 미 ESPN이 “왜 불법도박업자 계좌에 오타니 계좌에서 송금한 내역이 있는지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진상을 알기 위해 오타니의 에이전트들이 미즈하라에게 “오타니에게 왜 이런 이체 내역이 있는지 물어봐달라”고 했는데, 이때부터 미즈하라의 거짓말이 시작됐다. 자신이 몰래 오타니의 계좌에서 돈을 빼낸 것을 은폐하기 위해 오타니에게 말을 전하지 않고 “사실은 오타니가 내 도박빚을 대신 갚아준 것”이라고 말을 지어내 에이전트와 소통 담당 대변인에게 전했다.

파문이 크게 일거라 생각한 다저스 구단 수뇌부는 서울시리즈 1차전이 끝난 지난달 20일 오후 10시 무렵 클럽하우스 미팅을 열고 다저스 선수들을 모두 불러모은다. 다저스 수뇌부는 선수들에게 “곧 안좋은 보도가 나올 거 같다”고 말문을 연 뒤 미즈하라에게 소명할 기회를 준다.

이 자리에서도 미즈하라는 “내가 도박 중독에 빠졌고, 막대한 빚이 생긴 걸 오타니가 대신 갚아줬다”며 자신으로 인해 곧 논란이 생길 것에 사과했다. 하지만 미팅이 영어로만 이뤄진 탓에 오타니는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고, 늦은 밤 둘이 다시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오타니는 이때 이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게 됐다. 모든 것을 털어논 미즈하라는 오타니에게 “내 거짓말에 너도 따라와주면 안되겠느냐. 네가 갚아준 것으로 해달라”고 매달렸다. 부탁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이를 거절하고 즉시 에이전트인 발레로를 회의실로 불러들였다.

이후 발레로는 LA 변호사, 뉴욕 위기 커뮤니케이션 임원, 새 통역사를 포함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했고, 회의 직후 그를 즉각 해임했다.

회의 이튿날인 지난달 21일 미즈하라는 별도 항공편을 이용해 LA로 돌아갔다. 공항에서 곧바로 연행된 미즈하라는 3주에 걸쳐 수사를 받았다. 미즈하라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미 연방 검찰은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즈하라가 자신의 스포츠 도박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달러(약 219억 원) 이상을 빼돌리고, 오타니 은행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즈하라가 오타니 몰래 계좌에서 돈을 빼내는 과정에서 어떻게 오타니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의아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뉴욕타임즈는 연방검찰이 "2018년 오타니가 미즈하라와 함께 에인절스의 춘계 훈련이 열린 애리조나의 한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한 이후, 약 3년간 오타니는 단 한 번도 자신의 계좌에 온라인 로그인한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미즈하라가 오타니가 아닌 자신이 거래 알림과 확인을 받도록 계정 설정을 변경하기도 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설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미즈하라는 2021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오타니의 예금 계좌에서 1600만 달러 이상을 몰래 빼돌려 도박업자에게 송금했다. 그는 오타니 은행 계좌에 연결된 연락처 정보를 바꿔놓는 수법으로 2년간 발각을 피했다.
또 자신이 오타니인 척 은행에 전화를 걸어 거액의 송금을 승인토록 했다.

엄청난 연봉을 버는데도 돈에는 너무나 초연한 오타니는 그야말로 ‘야구밖에 모르는 순진한 바보’였고, 미즈하라는 이런 오타니의 특성을 알고 처절히 악용한 셈이다.
이번 스캔들에서 오타니가 피해자였다는 게 미연방검찰의 판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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