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평가절하 우려 인지"… 美재무, 이례적 시장 개입

      2024.04.18 18:05   수정 : 2024.04.18 19:31기사원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나타낸 것은 이례적이다.

1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재무장관회의 공동선언문에서 이 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한일 재무장관이 하루 전 열린 양자회담에서 공동명의로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한 언급과는 미국이 처한 환경과 입장이 확연히 달라서다.



한국과 일본은 원유 수입의존도가 높다. 원화·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면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는 동시에 국내 물가상승 압력이 강해진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중동발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또한 변동성이 커지고 있어 경제가 '이중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 시장 쏠림을 막기 위해 양국이 공동보조를 맞출 여지가 상당했다.

하지만 미국은 전통적으로 시장가격 결정에 정부의 개입을 꺼린다. 외환시장에 이를 적용하면 시장개입을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미국 재무부가 매년 2차례 의회 보고용으로 발표하는 '주요 교역상대국의 거시경제·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에는 외환시장 개입 여부와 규모가 주요 평가항목이다.

그런 점에서 옐런 재무장관이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는 어구를 담는 데 동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최근 원화·엔화의 급격한 절하가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과 괴리돼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는 것이다. 시장심리의 쏠림과 글로벌 환투기자본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외환시장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재무장관이 공동으로 구두개입한 한국과 일본은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은 최근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1400원을 넘어섰고, 일본도 엔·달러 환율이 지난 16일과 17일 154엔대 이상을 유지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것은 17개월 만, 154엔대 진입은 34년 만이다. 한국 원화, 일본 엔화의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그만큼 급락했다는 의미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통화가치가 급락하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가상승 압력도 커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상반기 소비자물가 2%대 안착을 목표로 삼았지만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출렁이면서 물가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더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까지 제기,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기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인하 시기가 늦춰지고 고금리가 계속될 경우 내수부진이 장기화하면서 경기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

기재부와 함께 외환당국인 한은의 이창용 총재 또한 연일 구두개입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 엔화 절하가 굉장히 크고, 중국 위안화 역시 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며 "주변국 통화에 프록시(Proxy·대리)되다 보니 원화가 우리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된 면도 있지 않나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17일 워싱턴DC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춘계회의를 계기로 열린 대담에서 "우리(한국 원화) 환율이 시장 기초에 의해 용인될 수 있는 수준에서 약간 벗어났다"며 강달러 기조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일 양국의 공통된 입장은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번 양자면담에서 다음 한일 재무장관회의 일정을 빠른 시일 내 조율키로 했다.
다음 한일 재무장관회의는 한국에서 열린다.

처음으로 열린 한미일 3국 재무장관회의는 '3각 협력'의 첫발을 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정례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실무급에서 협의를 지속해가며 추후 회담 개최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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