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앉는 중국, 지하수 유출로 대도시 절반이 지반 침하

      2024.04.20 00:30   수정 : 2024.04.20 00: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지난 20세기부터 급격한 도시화를 겪는 중국에서 도시의 45%가 매년 3mm 이상 가라앉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하수 유출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상수도 개선 등으로 침식을 멈추지 않으면, 향후 해수면 상승과 맞물려 도심 내 홍수 피해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영국 BBC는 19일(현지시간) 국제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시된 ‘중국 주요 도시들의 지반 침하에 대한 전국 단위 조사’ 논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전날 게시된 논문은 베이징 대학을 포함해 중국 주요 대학에서 근무하는 63명의 연구진이 합동으로 작성했다.

연구진은 중국 주요 도시의 침하 정도를 조사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인구 200만명 이상의 도시 82곳을 조사했다.
이들은 유럽우주국(ESA)이 운영하는 지구 관측 위성 ‘센티넬 1’의 레이더 자료를 이용해 고도 변화를 측정하는 동시에 지상에서 수신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조사 대상 지역의 45%는 매년 3mm씩 가라앉았다. 연평균 침하 범위가 10mm에 달한 지역도 전체 16%에 달했다. 10mm 이상 급속하게 가라앉는 지역은 쿤밍·난닝, 원저우·푸저우, 정저우·핑딩샨, 베이징·톈진, 하벌빈·창춘 인근 지역들이었으며 해당 지역에 사는 인구만 6700만명에 달한다. 이미 상하이는 1920년대 이후 3m 이상 가라앉았다.

연구진은 급격한 도시화에 따른 건물 무게가 지반 침하에 영향을 끼쳤지만 가장 큰 원인은 지하수 유출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미국 휴스턴, 인도 델리를 포함한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는 빈약한 상수도 시설 때문에 주민들이 지하수로 생활하면서 지하수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 자카르타는 매년 2cm 이상 가라앉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10월에 수도를 보르네오섬 동부 누산타라로 옮길 예정이다. 중국 연구진들은 1600개 이상의 우물들을 조사하여 중국 도시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지반 침하를 겪는다고 진단했다.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학의 로버트 니콜스 교수는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사이언스에 논평을 내고 “전 세계 인구의 19%가 지반 침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은 지질학적으로 봤을 때 비교적 최근에 퇴적된 곳으로 지하수가 말라버리면 가라앉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중국 허난성 핑딩샨의 경우 해마다 109mm씩 가라앉고 있다며 침하 원인이 탄광 개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최근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 상승이 심각한 상황에서 도시 지반이 가라앉을 경우 심각한 홍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0년 기준으로 해수면보다 낮은 중국땅은 전체 6% 수준이지만 100년 뒤에는 해당 비율이 26%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니콜스는 “일본 도쿄의 경우 지난 20세기에 5m 가까이 가라앉았다”며 지반 침하를 늦출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쿄에서는 1970년대 들어 상수도 시설을 개선하고 우물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되면서 지반 침하를 멈출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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