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괴롭혀 사직" 공개한 아파트 관리소장, 벌금 50만원
2024.04.19 17:46
수정 : 2024.04.19 17: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주민이 자신을 괴롭혀 관리소장직을 그만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 80대 남성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3단독(이호동 판사)은 명예훼손,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89)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21년 6월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서울 강동구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한 주민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관리소장직을 그만두면서 "B씨의 폭력행동 및 업무 방해로 26년간 몸담던 아파트를 떠나고자 한다"는 내용의 자필 메모를 복사해 각 세대 우편함에 배포했다.
다만 재판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업무방해 등으로 고소한 사건이 불송치된 시점이 메모를 붙인 이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그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해당 내용을 허위라고 인식했어야 한다.
법원은 A씨의 폭행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관리사무소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음에도 B씨가 들어가려 하자 저지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역시 법정에서 A씨가 자신을 가격했다는 취지의 표현을 쓰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를 고려할 때 피해자의 신체에 대한 불법적인 공격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만약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 해도 범행 경위, 두 사람의 관계, 유형력의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한 행위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