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은 시작일뿐? 흔들리는 테슬라

      2024.04.21 18:50   수정 : 2024.04.21 18:50기사원문
지난 10여년간 전기차 산업을 상징해온 테슬라가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해 순수배터리전기차(BEV) 세계 생산량 1위 기업인 테슬라는 소비자들에게 전기차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으며 기존 완성차 업체들과 스타트업들에게는 전기차 분야에 대한 큰 투자를 유발하는데 기여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마지막 분기에 중국 비야디(BYD)에 뺏겼던 전기차 세계 판매 규모 1위를 되찾았고 모델Y는 2023년 115만대 팔리며 전기차와 내연기관차를 통틀어 세계 베스트셀러 차종이 됐다.



그러한 테슬라가 노후된 차량 라인업과 판매 둔화, 주가 급락, 감원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1조2300억달러까지 상승했던 테슬라 시총은 지난 17일 5000억달러(약 688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전성기가 지나갔으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상상했던 자율주행차를 이용하는 미래의 꿈은 멀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0% 감원은 불길한 징후

20일(현지시간) 외신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지난 15일 세계 테슬라 직원의 10%를 감원한다고 통보했다.

이번 감원에 대해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야후파이낸스 등 미국 언론들은 전기차 시장이 부진한 가운데 테슬라의 상황은 매우 심각하며 불길한 징후라고 보도했다. 감원 발표에 이어 곧 18년간 테슬라의 기술 개발을 주도했던 핵심 엔지니어 드류 바글리노 파워트레인 및 에너지 부문 부사장과 로한 파텔 공공 정책 및 경영개발 부문 부사장이 떠났다.

테슬라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을 뿐 아니라 테슬라 주력 차종들은 출시가 된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전기차 인기가 식으면서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를 대신 팔 수 있지만 테슬라에게 신차라고는 픽업트럭인 사이버트럭 밖에 없다.

2019년 첫 공개됐으나 지난해말에 고객 인도가 시작된 사이버트럭에 대해 투자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격도 공개 당시의 3만9900달러에서 6만990달러(약 8450만원)로 크게 올랐으며 북미 지역에서만 팔고 있다.

머스크도 '악몽'이라고 부를 정도로 생산이 순조롭지 못해왔다. 특히 사이버트럭용 배터리를 생산하는데 고전해왔으며 머스크는 "사이버트럭으로 인해 스스로 무덤을 팠다"라고 말했다.

또 테슬라 전기 화물차 개발에도 막대한 투자를 했으나 현재까지 약 100대를 인도하는데 그치고 있다.

세계 전기차 판매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초 정점을 찍은 후 증가폭은 줄어들고 있다. 테슬라는 판매를 늘리기 위해 가격을 몇차례 내렸으나 이 같은 머스크의 도박은 아직 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고전하고 있다. 머스크는 올해가 지난해에 비해 뚜렷하게 성장이 떨어지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상태다.

■저가형 전기차 대신 로보택시가 먼저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대중적인 전기차 업체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저가형 신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는 자율주행 무인 택시인 '로보택시' 개발에 더 관심을 보여왔다고 자신의 자서전에서 밝혔다.

머스크가 내년말에 출시가 기대됐던 2만5000달러(약 3450만원) 저가형 신차 '모델2' 대신 운전대가 필요없는 미래형 로보택시 개발에 더 우선을 둘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 저가 전기차 계획이 취소됐다는 보도가 나와 전세계 테슬라 팬들은 실망감을 드러냈으나 머스크는 지난 6일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구체적인 설명없이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모델2 취소에 대해 외신들은 머스크가 가성비 좋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자신의 장기적인 목표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머스크의 자서전 저자인 월터 아이작슨은 머스크가 2년동안 저가 차종을 만드는 것을 거부했으며 그 이유가 완전한 자율주행차가 나오면 저가 전기차가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전직 테슬라 임원은 테슬라가 사이버트럭이 아닌 모델2에 투자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의 ‘입’도 리스크

머스크는 지난 2022년 소셜미디어기업 트위터(현재의 X)를 440억달러(약 61조원)에 인수했으며 지난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를 시작하는 등 전기차가 아니 곳에도 진출하기 시작했다.

트위터 인수 작업을 하는 기간 동안에는 전기차에 대한 트윗을 하지 않을 정도로 온통 트위터에 정신이 팔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수 후에는 디즈니가 X에 광고를 중단하자 공개 석상에서 밥 아이거 디즈니 CEO를 욕설을 섞으면서 비난하고 테슬라 앱에서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외했다.

또 머스크 자신이 공동창업자였던 AI 기업 오픈AI가 인류에 기여하지 않고 영리에 집착하고 있다며 샘 올트먼 CEO를 비난했다.

자신의 견해를 서슴없이 드러내는 머스크는 X를 통해 불법 이민 반대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을 자주 언급하면서 잠재 구매자들로부터 점점 외면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가, 앞으로 14달러냐 2000달러냐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의 수요 감소로 올해 35% 이상 떨어진 테슬라의 주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테슬라의 거품이 꺼질 것이라며 주당 14달러가 적당하다는 비관론이 나오는가 하면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난 1·4분기 테슬라 출하 규모가 38만6810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2020년 이후 처음이자 창사 이래 두번째로 분기별 출하 감소에 헤지펀드 클린에너지트랜지션의 파트너인 페르 레칸데르는 지난 3일 경제전문방송 CNBC와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 역사상 가장 큰 테슬라의 주식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부터 테슬라 주식을 매도해온 레칸데르는 대표 차종인 모델3와 모델Y 수요가 흔들리고 있고 신차가 2025년까지 출시되지 않는 것이 우려된다며 테슬라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반면 ARK인베스트 창업자 겸 CEO 캐시 우드는 최근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주당 2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자신의 전망을 재확인했다. 우드는 "테슬라가 오는 2027년 연간 1000만대를 출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로보택시로 인해 테슬라의 매출이 2030년까지 최고 10조달러(약 1경3800조원)까지 증가하면서 "우리 생애 가장 중요한 투자 기회 중의 하나가 될 것"이라며 테슬라 주가에 대한 아낌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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