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안보 ‘투사의 동맹’ 선언… 기로에 선 韓 군사외교 정책
2024.04.22 06:00
수정 : 2024.04.22 06:00기사원문
■'투사의 동맹'으로 발전되는 미일 안보동맹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 정상은 '보호의 동맹' 시대의 종언과 '투사의 동맹' 시대를 선언했다. 국내외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가 대(對)중국 견제를 중심으로 좀 더 강력한 북·중·러 견제망을 만들고자 한·미·일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미·일이 다자 동맹구조를 확대·강화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양국은 △주일 미군과 통합자위대의 연계 강화 △무기 공동개발과 생산협의체 창설 △군사 정보·감시·정착 협력 강화 등에 합의했다.
미일동맹의 영역적 확대도 주목된다. 특히 미·일은 영국, 호주, 필리핀과의 군사협력을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이 소다자 협력을 견인하면서 '방패' 역할에 머물러왔던 일본은 미국의 '창'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군은 필리핀군과의 연례 연합 훈련의 일환으로 지난 11일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중거리미사일시스템(MRC)을 처음으로 배치했다. 지상 발사형인 MRC에는 사거리 1600㎞ 이상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신형 요격 미사일 'SM-6'을 탑재할 수 있다. 훈련 간 일시적 배치로 알려졌지만, 루손섬 북부 해군기지에서 대만까지 거리는 약 400㎞에 불과해 대만 유사시 미군의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일본 방위성은 내달부터 시작되는 올해 8회째인 인도태평양방면파견(IPD24 : Indo-Pacific Deployment 2024) 훈련에 역대 최대 규모의 함대 편성을 확정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발표에 따르면 항모 개조 작업이 진행된 이즈모(DDH-183)함, 카가(DDH-184)함을 중심으로 구축함 아리아케(DD-109)와 하구로(DD-180), 상륙함 쿠니사키(LST-4003), 호위함 노시로(FFM-3) 등 총 6척의 수상함과 해상자위대 특수기동대, P-1 해상초계기 2대, 소류급 잠수함 1척 이상의 대규모 전단을 구성했다. 오는 5월 3일부터 12월 15일까지 역대 최장기간인 7개월여간 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발표문에는 "해상자위대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실현하기 위해 이번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해상자위대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IPD를 구성해 인·태 전구를 순회하면서 동맹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국가 등 뜻을 같이하는 국가의 해군과 양자 및 다자간 해군훈련을 실시해 왔다.
미 항모 전단(CSG: Carrier Strike Group)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작전과 훈련을 펼치지만, 이번 일본의 IPD24 함대는 인·태지역에서 미 항모 전단과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냉전서 미온적 태도 보이는 한국
지난해 한국은 지난 30년간 무역 흑자를 견인하던 한중 무역에서 180억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미 무역은 444억달러의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전쟁에 따른 반사적 수혜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미동맹 강화로 대북 견제는 강력해진 반면, 대중국과 대러시아 정책의 변화를 입증할 구체적 행동은 뚜렷히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은 인도적 지원 외 남중국해와 대만 사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등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술적 격차가 좁혀지고 신냉전의 여파로 이해(利害)가 갈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한국의 경제적 이익이 현격히 줄어든 만큼, 경제적 이유로 이들 국가의 눈치를 볼 명분마저 사라졌다.
그럼에도 뚜렷한 방향과 적극적 행보에 나선 일본과 달리, 한국의 군사 외교 정책은 신냉전의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중·러의 눈치를 보며 전략적 모호성과 균형 외교의 미로에 빠져 벗어나지 못한 모습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 일각의 지적이다.
중·러는 북한의 동맹국으로 대한민국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밀어 넣었던 북한의 6·25 남침 전쟁을 사주·동참한 배후였다. 이후에도 중·러는 실리에 따라 우리와 교역을 하면서도 북한의 핵무장을 비호하고 유엔 대북 제재 무력화에 앞장서 왔다. 최근 북·러 동맹은 무기와 기술식량 거래를 기반으로 한 전략 동맹으로 강화되고 있다. 또 중국은 지상 과제인 통일 중국을 위해 무력을 불사한 대만 합병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재 지구촌은 참혹한 두개의 전쟁과 확전 일로 속에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삶의 질 문제를 떠나 유사시 국가의 존폐가 걸린 피아 두 진영이 명확해진 상황이란 것이 전문가들이 견해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본지에 "세계 한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결과가 지정학적 경계를 넘어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 직접적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 강화를 위한 무기체계 제공 태세를 갖추고 있어, 전쟁과 전후 재건 지원에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상과 자산을 갖추고 있다"며 "핵심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수호 의지가 있는지,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실행"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