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타고 치앙라이로..최고의 한끼 무카타 뷔페

      2024.04.22 06:00   수정 : 2024.04.22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치앙마이에서 눈을 뜬지 4일째 되는 날, 이 날은 버스를 타고 치앙라이에서 약 3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근교 도시인 치앙라이로 이동할 작정이었다. 타페게이트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가까운 카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싱글 오리진 스토어 타페'라는 곳으로 구글 평점이 매우 높았다.

태국 현지 느낌이 전혀 없는, 한국 강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련된 느낌의 카페였다. 크림 파스타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이후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쿨 무앙'이란 작은 카페에 들렸다. 커피를 기다리는 동안 다양한 피부색의 관광객, 현지인이 가게에 들렸다. 젊은 여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였다. 아메리카노를 시켰는데 살면서 먹어본 커피 중 가장 산미가 강했다. 조금 과장하면 커피에 식초를 탄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카페 한 구석에는 한 한국인 손님이 엽서에 그려 놓고 간 고양이 데생이 있었다. 엽서에는 2024년 1월 14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통영에서 온 백서냉면 쉐프'라는 한글이 남겨져 있었다. 이 글을 쓰며 네이버 지도에 냉면 가게 이름을 검색해 보니 맛있다는 평이 많다. 역시 고양이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치앙라이 무사 도착..하지만 코로나19 감염?

호텔 체크아웃을 하기 전 치앙마이에서 빌린 렌터카를 반납했다. 차량의 흠집과 사고 여부를 확인하고 사전에 건넸던 보증금 1000밧을 돌려 받았다. 그랩 택시를 타고 치앙마이 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사전에 예약한 티켓을 수령하고 버스 시간에 맞춰 버스에 탑승했다.

동행과 함께 버스 좌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뒷자리의 한 할머니가 기침을 하는 소리가 몇번 들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는데 나중에서야 이 할머니의 기침이 큰 나비효과가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된다. 1시간 조금 더 넘게 달리고 첫 번째 휴게소에서 내렸는데 살짝 멀미 증상이 있었다. 평소에 차 멀미를 하지 않는 편인데 어지럽고 속도 울렁거렸다. 고통을 잊으려고 눈을 감고 잠에 들려고 했지만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 구글 맵을 켜놓고 버스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으로 지켜봤는데 몸이 힘든 만큼 버스의 이동 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도착 1시간을 앞두고부터는 멀미가 굉장히 심해졌다.

어찌어찌 참아가며 치앙라이 버스 터미널에 내렸다. 치앙마이부터 여행을 함께 해 온 현지인 친구가 약국에서 타이레놀과 목캔디를 사다줬다.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를 받으러 가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갑자기 어지럼증이 밀려 왔다. 그대로 길바닥에 주저 앉아서 한동안 가방을 배고 누워있었다. 이때 쯤 차 멀미가 아니라 감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에서 보통 감기에 걸리면 몸살 증상이 있는데 목이 가렵고 답답한 것이 수년전 걸렸던 코로나19와 증상이 비슷했다. 정도는 훨씬 약했지만 태국 코로나19에 다시 걸린걸까,라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 몸안에 항체가 있을 것이라고 믿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좀 심해지면 병원에 가면 그만이다. 사실 수년전 파타야에서 길을 걷다 차에 치여 태국 앰뷸런스를 타고 병원에 실려 갔던 경험도 있었다. 재밌게 놀려고 여행을 왔는데 아파서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만큼 억울한 것도 없다.

치앙라이 버스 터미널은 벽화가 인상적이었다. 태국 전통 여성의 그림이 큰 기둥마다 있었고, 큰 벽면에는 태국을 상징하는 다양한 그림들이 있었다. 버스 터미널의 주차장에서 미리 예약해둔 렌터카를 인수 받았다. 보증금이 2000밧으로 치앙마이보다 조금 더 비쌌고, 차를 빌리는 가격은 하루에 4만원 정도로 한국보다는 저렴했다.



카오소이 먹고 '탄야 반 본 도이' 숙소로

치앙라이에서 첫 끼는 카오소이를 먹기로 했다. 구글 맵을 검색해 평점이 적당한 곳을 찾아 차를 몰았다. 가게 이름은 'Khao Soi Thao Gae Ek'이란 곳이었다. 카오소이와 함께 태국식 비빔국수인 '카놈찐'이 유명한 곳이었다. 돼지고기가 들어간 카놈찐은 한국의 매운 갈비찜 국물에 면을 넣어 먹는 것과 흡사했다. 카오소이도 달콤한 코코넛 밀크의 맛이 강조된 다른 식당과 달리 굉장히 매운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었다. 곁들여 주는 야채 역시 매콤해서 한국의 김치와 비슷했다. 실내가 아닌 야외 노출형 식당으로 한 여름에는 조금 더울 수도 있어 보였다. 가게 벽면에는 여느 맛집처럼 액자에 걸린 다양한 사진들이 있었다.

식사를 하고 커피는 '아가페(AGAPE)'란 카페에서 마셨다. 그리스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가페란 단어를 이름에 사용한 카페로 사자와 함께 작은 아기 사슴이 있는 이미지가 카페의 상징이다. 작은 실내 정원 느낌의 카페로 인테리어와 분위기 모두 나쁘지 않았다.

커피를 먹고는 미리 예약해둔 숙소로 이동했다. 숙소는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고 예약한 '탄야 반 본 도이'라는 곳이었다. 일주일간 치앙마이, 치앙라이에서 묵었던 여러 숙소 중 가장 좋았다. 총 이틀을 묶었는데 교외 지역이라 이동은 좀 불편했지만 별도 리조트 형태의 독립형 숙소라 한적하고 조용했다. 인적이 드문 언덕을 차를 몰고 오르면 거대한 철문이 나오는데, 미리 받아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시스템이었다. 높은 언덕 지형에 개별의 숙소가 있고, 수영장이 딸린 조금 오래된 리조트 같은 형태였다. 1박에 4~5만원 선으로 3성급 호텔이었는데 위치가 조금 외진 것을 빼면 마음에 쏙 드는 숙소였다.




치앙마이 최고의 한끼 '무카타' 뷔페

감기 기운이 있어 숙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 차를 몰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동행이 찾은 현지 무카타 식당이었는데 한가한 찻길에 유독 그 가게만 사람이 넘쳐나고 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무카타는 태국어로 '구이'를 뜻하며 태국의 대표적인 숯불구이 요리다. 샤부샤부 스타일의 '수끼'와도 비슷하고 한국의 삼결살과도 비슷하다. 고기, 해산물, 야채 등을 선택해 불판에서 구워 먹는데 불판이 볼록한 원형이다. 불판에서는 직화로, 불판의 가장 자리는 국물이 고여 샤부샤부 스타일로 먹을 수 있다.

우리가 간 곳은 영어나 한글 이름이 없는 완전 현지 식당이었다. 'Sank Hong luang' 거리에 있는 식당인데 구글 맵에서도 잘 검색이 되지 않는다. 구글맵에 치앙라이 'Wonder'라는 식당을 입력하면 그 길 건너편에 있는 식당이다.

식당의 컨셉은 한국의 노량진 수산물 식당과 고기 뷔페를 섞어 놓은 듯하다. 수많은 해산물과 다양한 육고기 등이 차려져 있고 뷔페 형태로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무카타 기본 불판만 시킬 수도 있고, 요금을 조금 추가하면 숯불 형태의 직화 불판까지 2개를 동시에 놓을 수 있다. 추가 요금이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불판은 모두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새우, 게는 물론 공룡시대에 살았을 것 같은 투구게 역시 수백 마리가 쌓여 있었다. 투구게의 경우 구워서 알을 먹는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 투구 게의 파란색 피는 아주 값비싼 의약품의 원료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뷔페의 시간은 무제한 이었고 소스 역시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뷔페에서 수박을 몇 접시씩 먹는데 수박도 떨어지면 바로바로 채워줘서 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고기, 꼬치, 조개구이, 닭발 등을 배부르게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유일한 단점은 수십 개의 불판이 끊임없이 열을 내뿜기 때문에 냄새가 온 몸에 밴다는 정도다.

저녁을 먹고는 시간이 늦어 인근의 관광 명소를 둘러봤다. 치앙라이 황금시계탑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근처의 야시장을 잠깐 산책했다. 전날 치앙마이 라이브 카페의 기억이 좋았기 때문에 치앙라이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타마린드 비스트로 앤 뮤직 하우스'에 들렸다. 라이브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을 한 잔씩 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같이 간 친구가 '타마린드'는 태국의 열대 과일 나무로 가게 한 가운데 있던 굵은 나무가 '타마린드' 나무라고 설명해 줬다. 칵테일을 마시며 태국어로 1부터 10까지 세는 법을 배웠다. 타마린드의 열매는 커다란 갈색 콩처럼 생겼다. 타마린드의 꽃말은 '사치'라고 한다.
치앙라이에서의 사치스런 하루가 이렇게 지났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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