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진의 놀라운 갓생…"요가 강사도 시작, 열심 DNA 어디 안가" ②

      2024.04.22 07:01   수정 : 2024.04.22 07:01기사원문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서현진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서현진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서현진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서현진 / 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편집자주][아나:바다]는 드넓은 '프리의 대양'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아나운서들의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는 코너입니다. 안정된 방송국의 품을 벗어나 '아나운서'에서 '방송인'으로 과감하게 변신한 이들은 요즘 어떤 즐거움과 고민 속에 살고 있을까요? [아나:바다]를 통해 이들을 직접 만나,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서현진 전 MBC 아나운서와의 인터뷰 내내 '갓생'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요즘 말로 '모범적이고 부지런한 삶'을 의미한다는 갓생은 서현진이 살아온 과정 그 자체였다. 서현진은 10년의 시간을 보냈던 MBC 시절에 대해 "몸을 불살랐다"는 표현으로, 방송인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힘썼던, 당시의 치열했던 숨은 노력을 짐작하게 했다.


서현진은 지난 2004년 MBC 32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후 MBC 대표 아나테이너로 활약해 오다 2014년 퇴사했다. 2001년 제45회 미스코리아 선이라는 화려한 출신과 서울예고·이대 무용과를 거친 이력, 눈에 띄는 남다른 미모 등으로 금세 MBC 간판으로 자리매김했으나, 그 뒤에는 "물밑에서는 내 존재 가치를 찾기 위한 처절한 노력이 있었다"는 비화가 있었다.

서현진은 MBC의 다수 예능과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활약하면서도, 저널리스트로서의 깊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재직 중 유학을 결심하는가 하면, 이를 위해 쪽잠 자며 영어를 공부해 UC버클리로 유학을 떠났고 석사 과정을 밟았다. 또 30대 여성으로서 고민과 성장통을 담은 책을 발간하는가 하면, 끊임없이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발전을 거듭하는 시간을 지나왔다.

퇴사 이후에는 결혼생활과 육아에 집중하면서도, 요가 커리어를 시작해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는 근황을 전했다. "열심히 사는 이 DNA는 어디 안 간다"며 웃던 그는 요즘 책과 요가를 접목한 그만의 클래스를 선보이고 있다. 화가 많았던 자신을 다스리고, 우아하고 유한 장년을 꿈꾸며 만난 요가는 어느새 서현진만의 특별한 콘텐츠가 돼 있었다.

서현진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20, 30대보다 현재 40대와 앞으로의 50대, 더 좋은 어른으로서의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다. "방송 커리어로 엄청나게 발전을 이뤘다는 말을 하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가 딱히 빛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린 다 잘해 나가고 있어' '나 자신을 다독여주자'고 하고 싶다"는 고백으로 현재의 여유를 엿보게도 했다.

서현진을 [아나:바다]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만났다.


<【아나:바다】 서현진 편 ①에 이어>


-한창 주목받던 시기에 유학도 결정했다. UC버클리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 과정도 밟았는데, 재직 중 유학 결심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방송계에서 더 오래 살아남고 싶다는 그런 마음으로 갔다. 30대가 되고, 40대가 되고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심부에서 밀려나는데,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때도 더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고 조바심이 나곤 했다.(웃음) 학교를 졸업하고 단 한 번도 영어를 써본 적이 없는데, 회사에 다니며 1년 동안 유학 준비를 하면서 토플과 GRE를 해냈다. 새벽 4시 반 이때 일어나서 강남역 해커스 수업에 갔다가 오전 9시까지 출근하고 그랬다. 숙제도 해야 하니까 단어를 외운다고 새벽 2시, 3시에 자고 2~3시간 자는 날도 많았다. 친한 작가 언니들이 '너 그러다가 늙어! 큰일 나!' 걱정해 주고 그랬다.(웃음)

-유학을 다녀와서 프리 아나운서가 됐다.

▶유학을 다녀와서 회사가 파업을 하고 있었고 힘들어하다 1~2년 후에 회사를 그만뒀다. 사실 당시 프리를 했다기보다 퇴사를 했다는 게 맞다. 프리 아나운서가 많아서 그렇게 귀했던 시절이 아니었다. 그래서 '난 프리로 성공할 거야'라는 생각보다는 '회사원으로서 내 역할은 끝났다'는 생각이었다. 퇴사 후 10년 동안 우선 가장 큰 삶의 변화는 결혼과 출산, 육아였다. 방송인으로서의 괄목할 만한 성장과 변화보다는 결혼 생활에 집중했고, 새롭게 요가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런 것들이 지난 10년간의 굵직굵직한 변화였다.


-요가 커리어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열심히 사는 이 DNA는 어디 안 간다.(웃음) 퇴사할 때쯤 요가를 시작했다. 당시 회사가 여의도에 있을 때였는데 회사 근처 요가원을 처음 가게 됐다. 그때 정말 스트레스가 많았고 쉽게 욱하고 화가 많은 사람이었다.(웃음) 꽤 많은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굉장히 예민하고 목표 지향적이고 여유가 없긴 하다. 저 역시도 그런 부분들이 너무 힘들다 보니 유화시키고 싶더라. 20~30대 때는 '그래 그래도 쟤 일은 잘하니까' 하고 넘어가는데 40대 이후에도 그러면 정말 별로일 것 같더라. 그래서 좀 더 우아하고 유한 장년이 되고자 '나를 다스릴 수 있을 만한 방법이 없을까' 하다가 동료 중 한 명이 추천해서 요가 센터에 가게 됐고, 내 내면을 돌아보고 스스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게 되고 결국에는 요가 자격증을 땄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게 운명이었던 것 같다. 자격증을 따고 혼자 수련만 하다가 결혼과 출산이 바로 이어졌고 코로나 3년으로 시간이 지나갔다.

-요가 강사가 돼야겠다 결심했을 때는.

▶요가 센터를 다니면서 '나도 내 수업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저보다 훨씬 젊은, 20대 요가인들도 많고 잘하는 사람도 워낙 많다. 저를 강사로 찾아주시는 분들은 분명 동작을 배우러 오시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한다고 하면, 우선 나를 찾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분들이 나를 찾으실지 고민했다. 그래서 책과 요가를 접목한 수업을 만들어보자 해서 북 &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시도해 봤다. 나누고 싶은 책 한권을 월별로 선별해서 내 메시지를 던지고 그 방향으로 플로우를 짜서 수련한다.

-요가 강사로서는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나.

▶수업 끝나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어요'라는 피드백을 들을 때다. 사실 저는 진행을 하면서도 '내가 지금 잘하고 있나' 안절부절못한 데, 받아들이는 회원분들은 마음이 되게 열려있다. 본인이 생각지 못했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해주시면 '내가 의도했던 게 조금은 전달됐구나' 다행스럽다.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주제나 건강, 삶의 태도, 자기 개발 이런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화두를 고를 때도 공감을 넘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팁을 드리려고 노력한다. 최근에는 배런 뱁티스트의 '나는 왜 요가를 하는가'라는 책을 다뤘다. 이 책은 요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너무 하기 힘든 동작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면 그 사람이 인생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고 한다. 별로 하고 싶지 않은 동작이 있는데 할 수 있는 선에서 열심히 하시는 분이 있고, '이런 건 안 돼요' 하면서 나가버리시는 분들도 있다. 내가 갈 수 있는 가동 범위까지 더 갈 수 있을 것 같으면 '한번 해볼까' 하는 것도 내 마음이고 '나는 못 하겠어, 부상 입을 것 같아, 오늘 여기서 그만할래' 하는 결정을 하는 것도 내 마음이다. 그 기준을 알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알아야 하는데, 그런 것들에 있어 이런 꾸준한 수련이 뭔가 기준을 세우고 나 자신을 돌보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아무래도 현재 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교육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 엄마들은 육아 때문에 너무 바쁘고, 교육과 관련한 정보에 목마른데 온라인에서 출처가 어딘지 모르는 그런 정보에 의지하게 되는 경우도 많더라. 저는 어쨌든 책을 읽는 걸 좋아하니 책을 선별해 요약해서 나누고 싶고, 책을 쓴 작가분들과 인터뷰를 하고 싶다.


-향후 스스로에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면.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먹을 만큼 먹었으니 인생을 조금 더 멀리 보면서 50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쌓아나가는 시기인 것 같다. 멋진 50대를 위해 내면을 쌓아가고 인격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내 자리에서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 기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방송 커리어로 엄청나게 발전을 이뤘다는 말을 하면 참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내가 딱히 빛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린 다 잘해 나가고 있어' '나 자신을 다독여주자'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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