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자금 수십억원으로 기업의 미래가 갈리는데 뿌듯하죠”

      2024.04.23 15:06   수정 : 2024.04.23 15:4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흔히 ‘좀비기업’이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그 표현을 싫어합니다. 한쪽의 입장에서 보면 3년 동안 이자보상배율이 1도 안되는, 이자만 겨우겨우 내는 기업일지 모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술이나 업력,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한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23일 경남 창원시 우리은행 창원·녹산BIZ프라임센터에서 만난 정재훈 우리은행 경남본부장은 “좀비기업이라는 딱지 때문에 정책자금 지원이나, 다른 은행의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기업들 중에서 회생 가능성,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기업을 ‘그레이존’에 놓인 기업이라고 분류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좀비기업'은 회생할 가능성이 낮아 일반적인 시장 논리에 따라 퇴출돼야 하는데도 '좀비'처럼 되살아나는 기업을 뜻하는 말이다.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어서 3년동안 영업으로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을 뜻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197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중화학공업단지로 꾸려진 창원국가산업단지에 창원·녹산BIZ프라임센터를 열었다. BIZ프라임센터는 ‘기업금융 명가재건’을 취임일성으로 내건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신설을 추진하는 우리은행의 기업금융 전문브랜드다. 창원·녹산BIZ프라임센터는 신설 반 년만에 여신 2000억원을 달성해 행내 1위를 차지했다. 비결을 묻자 정 본부장은 “센터의 5명의 지점장들이 산단에 있으면서 그레이존에 놓인 기업들을 찾아가 영업하고 영업한 결과”라고 답했다.

김주영 지점장은 한 인테리어 기업의 예시를 들었다. “A라는 기업은 재무나 회계적 관점에서는 비딩(대출 입찰 경쟁)이 안붙는 기업이었다”며 “20년 가까운 업력과 대표이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영업에 대한 진심들을 살펴보고 50억원을 운영자금으로 대출해줬더니 1년 만에 흑자 전환하고 기업가치를 2배 이상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이렇게 ‘힘들 때 우산을 뺏는게 아니라 더 큰 우산을 씌워주는 금융’으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김 지점장의 포부다.

창원 산단에는 우리은행의 ‘공격적인 영업’이 입소문을 탔다. 창원의 한 정책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기업영업에 진심이다”며 “노마진 영업을 하는 것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지점장은 “기업이 힘들 때 우리은행의 마진을 최소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마진은 아니”라면서 “BEP수준으로 낮은 마진을 일단 기업을 살리고 은행과의 신뢰를 형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은행은 유형의 자산 외에도 무형의 자산을 담보로 인정해주면서 창원산단에서 ‘대출이 잘 나오는 은행’으로 인정받았다. 신정훈 지점장은 “업력 12년의 작은 업체의 사장님이 다른은행에서 다 막히고 제2금융권까지 갔다가 너무 높은 금리에 지점을 찾았다”면서 “들여다 보니 특허권 담보로 충분히 대출을 내어줄 수 있겠다 싶어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단이라는 특수성을 띤 지역에서 우리금융그룹의 제1과제인 ‘기업금융 명가 재건’ 최전선에 선 비즈프라임센터는 최근 그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난해 7월 반월·시화를 시작으로 남동·송도에도 문을 열었다.
창원·녹산, 대구·경북, 울산, 호남에 이어 지난 18일에는 서울 구로구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에도 문을 개점했다. 오는 25일에는 판교에도 입점할 예정이다.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점 개소식에서 조 행장은 “IT, 문화콘텐츠 등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첨단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에 BIZ프라임센터 추가로 개설했다”며 “앞으로 우리은행은 국민경제의 근간이 되는 중견·중소기업의 활력을 위해 BIZ프라임센터를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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