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율 속 상실의 미학".. 오페라 '죽음의 도시' 국내 초연

      2024.04.22 20:54   수정 : 2024.04.22 20:54기사원문

국립오페라단이 내달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를 국내 초연한다. 1920년에 처음 상연된 이 작품은 후기 낭만주의 성격이 짙다. 유려한 멜로디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를 연상시키는 3관 편성의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음향이 한 편의 영화처럼 펼쳐진다.

스릴러의 긴장감과 로맨틱한 음악으로 '대비의 미학'을 보여주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장 겸 예술감독은 2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프로덕션 미팅에서 "이 작품의 전체 미학 중 하나가 바로 대비 효과에 있다"면서 "죽음과 삶, 정신적 사랑과 관능적인 사랑, 엄격한 세계와 삶의 욕망들이 부딪히면서 작품이 이어진다"고 소개했다.


코른골트가 조르주 로덴바흐의 소설 '죽음의 브뤼주'를 원작으로 23세때 작곡한 '죽음의 도시'는 남자 주인공 '파울'이 죽은 아내 '마리'를 그리워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파울은 아내의 머리카락을 비롯해 그녀의 물건들을 그대로 보관하며 과거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죽은 아내와 닮은 '마리에타'와 만나게 되지만 사랑과 신의를 요구하는 아내의 환영에 시달리다 결국 마리에타의 목을 조른다. 이후 정신을 차린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정돈된 방을 보고는 도시를 떠나기로 한다는 내용이다.

'죽음의 도시'는 말러와 유사한 낭만주의적 선율과 함께 상실감에 따른 주인공의 절규를 드라마틱하게 전개한다. 최상호 단장은 "이 작품이 초연부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것은 아마도 (1920년대 당시) 자신들의 상황과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것"이라면서 "거대한 오케스트라 위에 하나의 서사가 활짝 펼쳐지는 경험과 동시에 상실감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프로덕션은 독일 지휘자 로타 쾨닉스와 스위스 연출가 줄리앙 샤바스가 이끈다. 로타 쾨닉스는 오스나브뤼크 극장의 음악감독을 역임하고 빈 주립오페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적인 오페라극장에서 모차르트부터 베르크까지 폭넒은 레퍼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또 줄리앙 샤바스는 마그데부르크 오페라극장의 극장장을 역임하며 현대 오페라 제작으로 오페라계에 이름을 알렸다.

'죽음의 도시'의 하이라이트는 파올이 마리에타를 머리카락으로 죽이는 장면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샤바스 연출은 "마리에타는 죽은 후에도 무대 위에 등장할 예정이다. 일종의 상징적인 죽음을 만들어내려고 한다"면서 "공연을 보다 보면 현실과 꿈, 환각 사이에 끝없는 대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섬뜩한 스토리와 반대되는 따뜻한 위로의 아리아는 오페라 애호가들 사이에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1막에서 죽은 아내와 닮은 마리에타와 파울이 함께 부르는 '내게 머물러 있는 행복', 2막에서 선보이는 바리톤의 아리아 '나의 갈망이여, 나의 망상이여'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음악임에도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유에 대해 국립오페라단 측은 "성악가들에게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파울 역은 B플랫, A음이 가득한 노래를 소화해야 하는 데다 강한 체력이 필요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파울 역은 테너 로베르토 사카와 이정환이, 마리·마리에타 역은 소프라노 레이첼 니콜스와 오미선이 맡는다.
프랑크·프리츠 역엔 바리톤 양준모·최인식, 브리기타 역엔 메조소프라노 임은경, 줄리에트 역엔 소프라노 이경진, 루시엔느 역엔 메조소프라노 김순희, 빅토랭 역엔 테너 강도호, 알베르 백작 역엔 테너 위정민이 출연하며, 가스통 역은 임재헌이 맡아 팬터마임을 선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현장 공연의 생생한 감동을 온라인에서도 선보인다.
'죽음의 도시'는 5월 25일 오후 3시 국내 최초 오페라 전용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크노마이오페라'와 네이버TV에서 동시에 관람할 수 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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