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비서실장, 직언과 소통으로 국민 가교 역할해야
2024.04.22 19:15
수정 : 2024.04.22 19:15기사원문
윤 대통령이 발탁 이유로 소통을 꼽은 것은 맞는 판단이다. 정 의원은 5선 의원이라는 정치 경력에 언론 경험까지 두루 갖추어 어떤 사람과도 잘 통하는 강점이 있는 인물이다. 윤 대통령이 스스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언급한 것도 대국민 소통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다.
사실 그동안 비서실장은 물론이고 윤 대통령 자신도 소통에 소홀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취임 초기에 '도어 스테핑'을 통해 매일 자신의 생각을 국민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여러 이유로 중단되고 말았다. 발언이 곡해되는 것을 걱정해 출근길 문답을 중단한 것이겠지만 결과적으로 불통의 이미지를 남기고 말았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와 지지율 하락 원인의 하나가 불통임을 인식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기간 직접 전국을 돌며 국민과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뜻과는 다르게 소통으로 여기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국정 설명회나 홍보로 간주하며 도리어 부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비서실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정 의원이 해야 할 1차적 임무는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하는 일이다. 국민뿐만이 아니다. 거야가 주도할 22대 국회와의 소통과 중재에 앞장서 충돌과 갈등을 최소화하는 정무적 능력도 발휘해야 한다.
비서실장의 역할은 단지 소통에 그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그중에서도 대통령에게 민심을 명확하게 보고하면서 직언을 서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대통령 참모들은 대통령의 입과 눈만 쳐다보고 눈치를 보며 지시를 받아 적기에 바빴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이 국민 여론이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자신의 의사대로 국정을 이끌어 소통과 멀어지는 악순환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정치와 언론 경험이 풍부한 정 의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도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며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공직자들이 있었다. 정 의원도 윤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민심 동향을 전하면서 정책의 방향을 정할 때 대통령이 틀린 생각을 한다고 판단하면 바로 틀렸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총선 패배 이후 윤 대통령과 여당인 국민의힘이 걸어갈 여정이 녹록지 않다. 당장 전 국민 25만원 지급과 김건희 여사 등에 대한 특검법을 놓고 야당과 윤 대통령이 알력을 빚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곧 열릴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에서 이런 민감한 문제들이 거론될 것이다.
양보와 거부 사이에서 대통령실과 집권여당이 야당을 상대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시국이다. 여야 협력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지만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도 바람직하지 않다.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을 때는 국민 다수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민주국가에서는 정답이다. 대통령의 분신이 되어 지혜를 발휘해야 할 비서실장의 책임이 막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