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전쟁 200일, 승자 없는 교착...전투 끝내야
2024.04.24 05:00
수정 : 2024.04.24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전쟁이 23일(현지시간) 기준으로 200일을 맞은 가운데 하마스와 이스라엘 모두 전쟁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소모적인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전문가들은 이제 이스라엘이 전투를 중단하고 하마스의 재건을 막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마스 완전 파괴 실패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1200명 이상을 살해하고 이스라엘 국민과 외국인을 합해 총 253명의 인질을 납치하자 곧장 반격에 나섰다.
하마스의 전투 병력은 지난해 공격 이전에 24개 대대로 편성되었으며 약 3만~4만명 규모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당국은 현재까지 하마스 대원 1만3000명을 제거했으며 19개의 하마스 대대가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제거되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에는 하마스 군사 조직의 마르완 이사 부사령관도 목숨을 잃었다.
17만명의 현역병을 보유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도발 직후 36만명의 예비군을 추가로 소집하면서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지상전이 시작된 이후 260명의 이스라엘군이 사망했으며 1582명 이상이 다쳤다. 이스라엘군은 한국의 세종시와 비슷한 면적(365㎢)에 약 230만명이 거주하는 가자지구에 진입하여 북부 가자시티와 중부 칸 유니스를 평정했으며 남부 라파 일대를 포위중이다. 이스라엘은 라파 지역에 최소 4개 하마스 대대가 남아 있다고 추정했다. 동시에 조속히 지상군을 투입하여 잔당을 제거하고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연결한 지하 터널을 파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130만명이 넘는 난민 몰려있는 라파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벌일 수 없다며 이스라엘에 반대하고 있다.
인질도 못 구해, 전투 끝내야
NYT는 이스라엘 관계자를 인용해 여전히 가자지구 북부에 4000~5000명에 달하는 무장 대원들이 남아 저항을 이어간다고 지적했다. 미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지난달 연례 정보 평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은 아마도 앞으로 수년간 하마스의 지속적인 무력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스라엘군이 "지하 기반시설 무력화에 고전할 것"이라며 하마스 대원들이 지하 시설을 이용해 은신 및 재정비를 한다고 분석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2005년 이후부터 가자지구에 지하에 치밀한 터널망을 건설했다. '가자 지하철'로 불리는 터널망은 1300개에 달하며 길이만 480km에 이른다.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이후 터널 무력화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이에 익명의 이스라엘 정보기관 관계자는 비록 터널을 전부 제거하지 못했지만 터널망의 전략 거점 가운데 약 70%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스라엘군은 지난 6일 이후 이스라엘군 사망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며 하마스의 전투 능력이 약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공격 당시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중 남은 133명을 구출하지 못했다. 이미 46명은 공식적으로 사망이 확인됐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최고 군사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의 행방도 알아내지 못했다. NYT에 따르면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이제 승리를 선언하고 하마스 고위 지휘관을 노리는 소규모 작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일반 시민이 다치는 작전은 하마스의 재정비와 재건을 돕는 일이라며 이스라엘이 전투를 이어가기 보다 하마스 재건을 막는 방향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자들은 NYT를 통해 전쟁 이후 약 3만4000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사망했다며 전쟁 이후 복수심에 불타는 주민들이 다시 하마스에 몰려든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군의 아모스 야들린 전 정보국장은 "우리는 이미 하마스가 지난해 10월같은 공격을 하지 못하도록 분쇄한다는 최우선 목표를 달성했다"며 "그들은 그런 짓을 다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운털 박힌 하마스
사실 하마스 역시 반년 이상 전쟁을 이어가면서 궁지에 몰렸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공격 당시 자신들이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하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란과 기타 중동의 친(親)이란 조직들이 이스라엘을 동시 다발적으로 타격하고 민중 봉기가 일어난다고 기대했다. 이스라엘 하이파 대학의 야론 프리드먼 아랍어 교수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경제지 글로브에 게재한 칼럼에서 하마스의 목표가 "모든 팔레스타인 전선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연합 공격을 통해 1973년 4차 중동 전쟁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프리드먼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아랍인과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인 등 팔레스타인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사람이 전투에 참여하면 과거 전쟁을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기대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전면전을 피하면서 빗나갔다. 이란은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을 비롯한 일부 친이란 조직들의 도발은 용인했지만 이스라엘을 직접 공격하지 않았다. 이란은 이달 이스라엘이 시리아 영사관을 폭격하며 선을 넘자 무인기(드론) 및 미사일로 보복했다. 동시에 이란은 여러번 사전 경고를 주고, 이스라엘이 막을 만한 느린 드론을 내보내면서 타격보다 경고 메시지에 힘을 실었다. 이스라엘 또한 이란에 보복했으나 제한적인 공습에 그쳤고 양측 모두 추가 보복을 자제하고 있다.
결국 하마스가 믿을 수 있는 보험은 인질과 가자지구의 시민들이다.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휴전 협상을 중재했던 미국은 이슬람 유권자의 표를 의식해 이스라엘에 인질 석방 및 휴전 협정을 압박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풀어줄 인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알려진 상황에서도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 등 추가 조건을 내걸었다. 이에 이스라엘은 14일 발표에서 신와르가 휴전안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스라엘을 압박했던 미국 조차 하마스를 곱게 보지 않았다. 미 국무부의 매슈 밀러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협상 기준을 바꿨다"며 "하마스는 전면전에 더 관심이 있는 것 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뿐만 아니라 카타르와 이집트같은 같은 이슬람 국가들도 하마스에 불만이 쌓이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타르 도하에 망명중인 하마스 정치국 인사들이 오만 등 최소 2개국과 접촉해 정치국 이전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WSJ는 하마스와 휴전 중재국 사이에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하마스 지도부가 추방 위협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