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피 끓어" 전도연, 27년만의 연극 도전…'벚꽃동산'(종합)
2024.04.23 15:21
수정 : 2024.04.23 15:21기사원문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전도연이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다.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벚꽃동산' 제작발표회가 열려 배우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 사이먼 스톤 연출가, 사울 킴 무대 디자이너, 이현정 LG아트센터장, 이단비 드라마투르기/통역사가 참석했다.
'벚꽃동산'은 10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 분)이 한국으로 돌아와, 그의 가족들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이다.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인 '벚꽃동산'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영화 '나의 딸' '더 디그' 등을 선보인 사이먼 스톤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사이먼 연출가는 이날 "'벚꽃동산' 배경과 잘 맞는 사회를 찾기가 어렵고, 또 작품 속 급변하는 사회를 찾아야 하는데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라며 "희망과 절망, 멜랑콜리한 정서를 전하기엔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배우들의 경우엔 전 세계와 다른 독특한 게 있는데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게 쉽지 않은데 엄청나게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 희극적으로 넘어가는 재능이 있다"라며 "오랫동안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동경하던 분들 옆에 앉아 있는 제가 세계 최고 행운아"라며 미소 지었다.
전도연은 원작 주인공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 역을, 박해수는 원작의 로파힌을 재해석한 황두식 역을 연기한다.
전도연은 "이 작품을 선택한 건, 늘 연극이라는 것에 갈망이 있긴 했었지만 사실 두려움이 컸다"라며 "제가 영화 속, 드라마 속에선 정제된 모습을 보여주는 거고 연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제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 자신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용기가 나지 않아 어떻게 하면 비겁하지 않게 잘 거절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러다 '메디아'를 스크린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작품을 거절할 때 성의가 있지 않을까 해서 봤는데 보는 내내 배우로서 피가 끓더라, 그래서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해수는 "'벚꽃동산'의 황두식 배역을 남자배우로서는 놓치고 싶지 않았다"라며 "제가 나중에라도 후회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매력을 갖고 있었고, 사이먼 연출가의 연습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어 그런 작품이 나오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정서를 계속 찾고 있고, 우리가 겪고 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숙제, 고민을 같이 만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도연은 '벚꽃동산'을 통해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다. 그는 "제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 너무 궁금하다"라며 "이 작품을 통해서 어떤 평가를 받아야지 생각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고, 어떤 온전한 역량과 연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실수도 하겠지만 예쁘게 봐주시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