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세포치료제 최강국 日처럼 선택과 집중 필요"
2024.04.23 18:25
수정 : 2024.04.23 18:25기사원문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KDRA 제약·바이오 사업개발연구회 제1회 제약·바이오 사업개발 전략포럼'에서 이병건 지아이이노베이션 회장은 K-제약바이오가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오랜 업력을 통해 차별적인 기술은 물론 엄청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 화두로 떠오른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이 각각 900조원과 750조원을 뛰어넘는데 이는 약 500조원 수준인 삼성전자 시총보다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비만치료제 삭센다와 위고비로 떠오르고 있는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매출 45조원에 영업이익 16조3000억원을 기록, 36%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이 회장은 "일라이릴리는 1년에 17조원, 노보노디스크는 6조3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R&D) 비용에 투입하는데 한국은 기업과 정부가 투자하는 연구비를 모두 합쳐도 6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글로벌 빅파마들은 900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하고 될 만한 물질을 사들이고 연구해 성공시키기 때문에 우리가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이 인허가(RA) 시장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정공법으로 임상을 하는 것도 K-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게는 가혹하다"며 "자금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면 신약개발이 어렵고 많은 기업들이 임상 2상에 기술수출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방식으로는 장기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기술수출을 몇 건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먹히는 신약을 만들어 수십조 매출을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 기반과 단시일 내에 현금을 창출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한국식 투자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생각이다.
이 회장은 "일본은 세포치료제 시장에서는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재생의료법'을 추진했다"며 "이후 일본이 세포치료제 시장에서 선도국가가 된 것을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지난 2014년 재생의료법을 추진하면서 임상 1상 후 조건부 판매허가를 가능하게 했는데, 이것으로 많은 비판도 받았지만 이제는 미국과 유럽은 세포치료제 기업들이 일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며 "이는 후생성, 경제통산성 등 정부 기관은 물론 일본 바이오협회·기업이 산업 육성을 위해 힘을 모은 덕"이라고 말했다.
일본처럼 한국도 제약바이오 분야 중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영역을 선정해 민·관이 함께 힘을 합쳐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선진시장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 K-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의 패러다임 너머의 아시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45억명 인구를 가진 아시아 국가들 간 실질적 협의체를 만들고 아시아 시장을 통합해 '바이오 아시아'를 구축하는 한편, 한국이 바이오 아시아의 허브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