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겠다는 사람만 온다"… 높아진 金값에도 금은방은 울상

      2024.04.23 19:13   수정 : 2024.04.23 19:13기사원문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했지만 서울 종로구 종로귀금속거리는 한산했다. 돌반지 한돈(3.75g)이라도 사려면 40만원 넘게 써야 하니 금을 사려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들르는 손님이 거의 없어 오후에 문을 여는 금은방도 많았다.

가게에 오는 사람들은 사려는 사람보다 파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수 끊긴 종로귀금속거리

23일 오전 종로귀금속거리는 한산했다.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진열장에 제품이 없는 등 영업을 시작도 하지 않은 금은방이 많았다. 문을 연 금은방 업주들은 접객을 하기보다는 제품들 위에 쌓인 먼지를 떨어내며 하염없이 창문 밖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로변 목 좋은 곳에 있는 대형 금은방 1~2곳을 제외하곤 모두 비슷한 모습이었다.

6년 가까이 금은방을 운영해온 배모씨(40대)는 "지난해부터 순금 제품을 구매하려는 손님이 없다"며 "최근 들어 금값이 급등한 감은 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높았다"며 "높아진 금값에 부담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금제품을 사는 것을 주저한다"고 전했다.

금 매수자가 사라지자 금은방은 위기를 겪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금은방들은 시세에 따라 자산을 처분하거나 사치재 용도로 금을 구매하는 개인 손님에게 매출을 의존하는 구조다. 이날 한국표준금거래소에 따르면 순금 한돈은 살 때 43만1000원, 팔 때 38만8000원을 나타냈다.

50년 넘게 장사를 이어왔다는 김모씨(80)는 이달에 아기 돌반지 3~5개와 10돈짜리 금팔찌 1개 정도가 거래의 전부라고 했다. 이씨는 "채소 값, 과일 값 등 온갖 물가들이 올랐는데 사람들이 무슨 돈이 있어 금을 사러 오겠느냐"며 "금을 팔아야 가게를 운영하며 먹고사는데 지금은 가게 유지조차 힘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불황, 매도자만 늘어

종로귀금속거리를 찾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계경제 상황으로 급한 돈이 필요해 집에 모셔뒀던 금붙이를 팔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금값이 '금값'인 상황에서 금 매수는 금은방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한다.

8년 전부터 금은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순금 한돈 가격이 32만~39만원 선이었던 2~3개월 전부터 집에 있던 돌반지나 금거북이 등을 가지고 와 파는 손님이 많아졌다"며 "매도를 문의하는 사람이 지난해와 비교하면 한 20~30% 정도 많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B씨(47)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금 시세를 확인했다"며 "여러 이유로 돈이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 가진 것 중에 금이 현금화하기 가장 유용하고 가치도 높아 보인다"고 했다.


순금 10돈짜리 목걸이를 팔기 위해 금은방 업주에게 감정을 받고 있던 C씨(60대)도 "더 이상 금값이 오르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순금팔찌를 팔러 나왔다"고 했다.

가격이 비쌀 때 쓰지 않는 작은 금붙이라도 처분해 필요한 곳에 쓰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14K 2돈짜리 팔찌를 흥정하고 다니던 이모씨(20)는 "금값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평소에 잘 안 차는 팔찌를 팔려고 나왔다"며 "가게마다 42만원에서 52만원까지 10만원의 차이가 나서 좀 더 비싸게 값을 쳐줄 금은방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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